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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감싼 린샤오쥔, 올림픽에서 황대헌 만난다

 한때 태극마크를 달고 빙판을 지배했던 쇼트트랙 천재가 이제 오성홍기를 품고 올림픽 무대로 돌아온다.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과 황대헌, 한때 대표팀 동료였던 두 선수의 악연이 올림픽을 앞두고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며 빙판 위에서의 재회를 예고하고 있다. 중국 언론은 이들의 서사에 '피해자 서사'를 덧씌우며 감정적인 라이벌 구도를 부추기고 있다.

 

두 선수의 운명을 가른 사건은 2019년 진천선수촌에서 벌어졌다. 암벽 등반 훈련 중 린샤오쥔이 장난으로 황대헌의 바지를 내렸고, 이 행위는 '강제추행'이라는 법적 다툼으로 비화됐다.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던 린샤오쥔은 기나긴 법정 공방 끝에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그 과정에서 이미 많은 것을 잃은 뒤였다.

 


법원의 최종 판단과 별개로 대한빙상경기연맹은 린샤오쥔에게 선수 자격 1년 정지라는 징계를 내렸다. 이로 인해 그의 국제대회 출전 길은 막혔고, 선수 생명의 기로에 놓인 그는 결국 2020년 중국 귀화라는 중대 결정을 내렸다. 8년 전 평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한국 쇼트트랙의 영웅이 라이벌 국가의 유니폼을 입게 된 순간이었다.

 

중국으로 무대를 옮긴 린샤오쥔은 화려하게 부활했다. 1400일이 넘는 국제대회 공백기와 여러 차례의 수술을 이겨내고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에서 연달아 금메달을 휩쓸며 중국 쇼트트랙의 새로운 에이스로 완벽히 자리 잡았다. 그는 이제 중국 대표 선수 자격으로 생애 첫 올림픽 무대를 밟을 준비를 하고 있다.

 


올림픽이 다가오자 중국 언론은 과거 사건을 적극적으로 재소환하며 린샤오쥔을 '불의에 맞서 싸운 영웅'으로 포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 황대헌이 경기 중 여러 차례 반칙 논란에 휩싸인 점을 부각하며, 린샤오쥔의 귀화가 정당했음을 역설하는 모양새다. 이는 두 선수의 대결을 단순한 스포츠 경쟁을 넘어 선과 악의 대결처럼 묘사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8년이라는 긴 시간을 돌아, 30대를 앞둔 린샤오쥔은 마침내 올림픽 빙판 위에 다시 선다. 한때 동료였으나 이제는 서로 다른 국기를 달고 금메달을 다퉈야 하는 두 사람의 기구한 운명은,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극적인 드라마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왕과 사는 남자' 흥행 돌풍, 영월 단종문화제로 이어진다

향으로 단종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가운데, 오는 4월 24일부터 사흘간 강원특별자치도 영월군 일대에서 제59회 단종문화제가 막을 올린다. 이번 축제는 영화를 통해 단종의 서사를 접한 국내외 관람객들이 대거 몰려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단순한 지역 행사를 넘어 한국의 전통과 역사를 세계에 알리는 글로벌 문화 축제로 격상된 분위기 속에서 치러질 예정이다.축제의 서막을 알리는 첫날에는 영화 속 비극의 시작점을 재현한 '청령포 유배행사'가 새롭게 도입되어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단종이 나룻배를 타고 고립된 섬 청령포로 들어가는 장면은 한 나라의 군주에서 유배인으로 전락하는 운명의 변곡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축제의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같은 날 저녁에는 정순왕후 선발대회와 화려한 드론쇼가 밤하늘을 수놓으며, 특히 영화를 연출한 장항준 감독이 직접 강연자로 나서 영화 제작 뒷이야기와 단종의 역사를 현대적인 시각으로 풀어내며 축제의 열기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둘째 날인 25일에는 조선 왕실의 품격과 슬픈 역사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대규모 재현 행사들이 이어진다. 생이별해야 했던 단종과 정순왕후의 넋을 기리는 가례 행사는 철저한 고증을 거친 조선 왕실 혼례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며 두 사람의 영적인 결합을 상징한다. 이어지는 단종국장은 이번 축제의 정점으로, 조선 임금 중 유일하게 국장을 치르지 못했던 단종에게 뒤늦게나마 왕으로서의 예우를 갖추는 의식이다. 관풍헌에서 장릉까지 이어지는 장엄한 국장 행렬은 관람객들에게 역사적 정의와 예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가족 단위 방문객들을 위한 참여형 프로그램도 풍성하게 마련되어 축제의 외연을 넓혔다. 어린이들이 직접 선비가 되어 실력을 겨루는 단종 과거시험과 깨비 명랑운동회 등은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역사 축제에 활기찬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또한 영월의 청정 특산물을 활용해 왕실의 음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단종의 미식제'는 방문객들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새로운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역사를 단순히 공부하는 대상이 아니라 맛보고 즐기는 입체적인 경험으로 승화시키려는 영월군의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축제의 마지막 날인 26일은 지역 공동체의 결속력을 보여주는 무형유산 행사들로 대미를 장식한다. 강원도 특유의 역동성이 담긴 칡줄다리기와 칡줄행렬은 주민과 관광객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화합의 장을 연출한다. 특히 영화에서 영월군수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박지환 배우가 행렬에 동참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팬들의 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해 있다. 영화 속 인물이 현실의 축제 현장에 나타나 전통 행사를 함께하는 모습은 대중문화와 전통문화가 만나는 가장 이상적인 협업의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올해 단종문화제는 영화라는 강력한 매개체를 통해 박제된 역사를 생생한 문화 콘텐츠로 부활시키는 데 성공한 모습이다. 영월군은 이번 행사를 통해 단종이 지닌 유배와 그리움, 그리고 충절의 서사를 세계적인 보편 가치로 확산시키겠다는 포부를 지니고 있다. 영화의 감동을 가슴에 품고 영월을 찾은 수많은 발길은 장릉과 청령포의 굽이치는 물줄기를 따라 흐르며, 500여 년 전 어린 왕이 남긴 슬픈 이야기가 어떻게 현대의 찬란한 문화유산으로 재탄생했는지를 직접 목격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