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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이범호의 결단, 성영탁 내리고 '집단 마무리'

 KIA 타이거즈가 전반기 막판 뒷문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파격적인 결단을 내렸다. 이범호 감독은 남은 전반기 동안 고정 마무리 투수 없이 상황에 따라 최적의 투수를 투입하는 '집단 마무리 체제'를 가동하기로 했다. 이는 2년 차 신예 성영탁이 최근 잇따른 부진으로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팀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 투수를 무리하게 밀어붙이기보다, 전반기 남은 7경기 동안 안정을 찾을 시간을 주겠다는 사령탑의 배려가 담긴 선택이다.

 

성영탁은 시즌 초반 주전 마무리 정해영의 이탈이라는 위기 상황에서 중책을 맡아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12개의 세이브를 수확하며 팀이 전반기 4위권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으나, 최근 구위 저하와 제구 난조가 겹치며 어려움을 겪어왔다. 특히 전날 SSG와의 경기에서 9회 등판해 2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동점을 허용한 장면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 감독은 성영탁의 구속 저하 원인을 체력 문제보다는 심리적인 위축에서 찾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사령탑은 남은 전반기 동안 정해영과 전상현 등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들을 상황에 맞춰 유동적으로 기용할 방침이다. 특정 선수에게 고정된 역할을 부여하기보다 당일 컨디션과 상대 타선에 따라 가장 구위가 좋은 투수를 마지막에 올리는 방식이다. 이는 마무리 보직의 무게감을 분산시켜 불펜 전체의 과부하를 막고, 승부처에서 승률을 높이려는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 투수들에게는 언제든 마지막 상황에 나갈 수 있다는 긴장감을 부여하며 전반기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계산이다.

 

설상가상으로 KIA는 안방마님 김태군의 부상이라는 대형 악재를 만났다. 김태군은 전날 경기 연장전에서 대타로 출전해 주루하던 중 오른쪽 햄스트링 부상을 입어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정밀 검진 결과 근육 부분 손상으로 판명되어 최소 2주 이상의 휴식과 재검진이 필요한 상황이다. 팀의 주축 포수가 이탈함에 따라 KIA는 권다결을 긴급 콜업하며 공백 메우기에 나섰다. 베테랑 포수의 부재는 투수 리드와 수비 안정감 측면에서 팀에 적지 않은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불펜의 핵심 자원인 최지민 역시 휴식 차원에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이 감독은 전반기 동안 헌신해온 최지민에게 열흘 정도의 충분한 휴식을 부여해 후반기 반등을 도모하기로 했다. 잦은 등판으로 인한 피로 누적을 방지하고 최상의 컨디션으로 후반기를 맞이하게 하려는 관리 차원의 엔트리 조정이다. 최지민의 빈자리는 지현이 채우게 되며, KIA는 전반기 남은 일정을 가용 가능한 모든 자원을 동원해 버텨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KIA는 현재 4위 자리를 지키기 위한 치열한 순위 경쟁의 한복판에 서 있다. 마무리 투수의 보직 변경과 주전 포수의 부상 이탈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이범호 감독의 '집단 마무리' 카드가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가 관건이다. 전반기 종료까지 남은 일주일 남짓한 시간 동안 KIA 불펜진이 감독의 믿음에 부응하며 뒷문을 단단히 걸어 잠글 수 있을지 팬들의 이목이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로 쏠리고 있다.

 

일곱 왕자 성불한 칠불사, 영지의 전설

막을 알리는 상징물이다. 약 500년의 수령을 자랑하는 이 거목은 최치원이 꽂은 지팡이에서 싹이 돋았다는 신비로운 전설을 품고 있다. 마을을 넉넉히 감싸 안은 웅장한 가지는 천년 전 선비가 꿈꿨던 이상향의 입구를 지키는 파수꾼처럼 당당하게 서서 방문객들을 맞이한다.계곡의 물길을 따라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면 물살이 빚어낸 기암괴석 사이에 '세이암'이 모습을 드러낸다. 최치원이 속세의 번잡한 소리에 오염된 귀를 씻어냈다는 이곳은, 지금도 맑은 물줄기가 끊임없이 흐르며 세속의 때를 벗겨내려는 이들에게 무언의 가르침을 전한다. 수정처럼 투명한 대성계곡의 수면 위로 비치는 숲의 그림자는 최치원이 지향했던 무욕의 삶이 어떤 풍경이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자연과 역사가 교차하는 이 공간은 단순한 유적지를 넘어 성찰의 장소로 기능한다.발걸음을 옮겨 도착한 칠불사는 화려한 단청보다 깊은 적막이 먼저 다가오는 수행도량이다. 가야 김수로왕의 일곱 왕자가 성불했다는 설화에서 유래한 이 절은 지리산 반야봉 아래 고즈넉이 자리 잡고 있다. 어머니 허황옥 왕비가 아들들을 그리워하며 만들었다는 연못 '영지'에는 성불한 왕자들의 모습이 비쳤다는 애틋한 이야기가 흐른다. 전설은 세월을 견디며 이끼 낀 석축과 고요한 경내 곳곳에 스며들어 천년고찰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완성한다.칠불사의 명성은 독특한 온돌 구조를 지닌 '아자방'에서 정점을 찍는다. 한 번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 온기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이 선방은 한국 불교 수행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산이다. 조선 후기의 다성 초의선사 역시 이곳에 머물며 참선과 차를 하나로 보는 '선다일여'의 정신을 다듬었다. 아자방의 온기는 단순히 육신의 추위를 녹이는 것을 넘어, 혹독한 정진을 이어갔던 수행자들의 뜨거운 구도열을 오늘날의 우리에게 전해주는 매개체가 된다.경내를 천천히 거니는 스님들의 포행은 칠불사의 적막을 더욱 깊고 경건하게 만든다. 참선 후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이 느린 발걸음은 숲을 스치는 바람 소리, 계곡물 소리와 어우러져 하나의 수행 예술을 연출한다. 인위적인 장식 없이 자연의 순리대로 배치된 전각들은 지리산의 사계절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방문객들은 말없이 이어지는 스님들의 행선(行禪)을 지켜보며 도심에서 잊고 지냈던 내면의 고요를 비로소 마주하게 된다.대성계곡의 맑은 물줄기에서 시작해 칠불사의 아자방으로 이어지는 이 길은 단순한 탐방로가 아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명상의 통로다. 최치원이 귀를 씻었던 물소리는 여전히 계곡을 울리고, 일곱 왕자가 깨달음을 얻었던 고요는 칠불사 경내에 가득하다. 역사와 전설, 그리고 수행의 향기가 한데 어우러진 지리산의 이 길은 바쁜 현대인들에게 잠시 멈춰 서서 삶의 근원적인 가치를 되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