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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 2안타 1도루, 타격왕 경쟁 재점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활약 중인 이정후가 그간의 침묵을 깨고 화려한 비상을 시작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핵심 타자로 자리 잡은 그는 최근 5경기에서 단 1안타에 그치는 등 극심한 타격 가뭄에 시달리며 우려를 자아낸 바 있다. 그러나 지난 2일 애리조나주 피닉스 체이스 필드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이정후는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6번 타자 겸 중견수로 나선 그는 안타와 타점, 득점은 물론 도루까지 성공시키며 팀의 승리를 견인하는 만점 활약을 펼쳤다.

 

이날 경기는 샌프란시스코에게 매우 중요한 일전이었다. 올 시즌 애리조나를 상대로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하고 8연패의 늪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침체된 팀 분위기 속에서 이정후의 방망이는 결정적인 순간에 빛났다. 첫 타석에서 땅볼로 물러나며 예열을 마친 그는 5회초 선두타자의 홈런으로 물꼬가 트이자 곧바로 우전 안타를 때려내며 공격의 흐름을 이었다. 현지 중계진은 이정후가 상대 에이스 잭 갤런의 체인지업을 완벽하게 공략했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고, 이는 곧 팀의 추가 득점으로 연결되는 발판이 되었다.

 


이정후의 진가는 6회초 다시 한번 드러났다. 팀이 4-0으로 앞선 상황에서 맞이한 투아웃 득점권 찬스에서 그는 상대의 슬라이더를 날카롭게 잡아당겨 쐐기 적시타를 기록했다. 3루 주자를 여유 있게 불러들인 이 안타에 현지 캐스터는 승리를 확신하는 멘트를 던지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단순히 안타를 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루상에 나간 뒤에는 과감한 주루 플레이로 시즌 6호 도루까지 성공시키는 등 애리조나 수비진을 흔들어 놓았다. 이정후의 발야구는 후속 타자들의 안타 때 추가 득점으로 이어지며 경기의 쐐기를 박았다.

 

이번 활약으로 이정후는 시즌 타율을 0.319까지 끌어올리며 내셔널리그 타격왕 경쟁에 다시 명함을 내밀었다. 최근 17타수 1안타라는 최악의 부진을 겪으며 타율이 하락세를 보였으나, 단 한 경기 만에 멀티히트를 작성하며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구단이 선정한 '6월 이달의 선수'라는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은 경기력이었다. 특히 상대 선발 잭 갤런이라는 대어를 상대로 뽑아낸 안타들이기에 그 가치는 더욱 높게 평가받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의 활약과 선발 트레버 맥도날드의 6이닝 무실점 호투를 묶어 6-4 승리를 거뒀다. 지독했던 애리조나전 연패를 끊어냄과 동시에 팀 연패 탈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경기 후반 불펜진이 흔들리며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이정후가 벌어다 준 점수 차 덕분에 마무리 투수가 경기를 매듭지을 수 있었다. 이정후는 공수주 전반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내며 팀 내 입지를 더욱 공고히 다졌다.

 

슬럼프 탈출을 알린 이정후의 방망이는 이제 더 높은 곳을 향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기복 없는 컨택 능력을 보여주던 그가 일시적인 부진을 딛고 일어섰다는 점은 향후 순위 싸움에서 큰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지 언론은 이정후의 적응력이 예상보다 빠르며, 특히 득점권에서의 집중력이 팀 타선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샌프란시스코 팬들은 다시 뜨거워진 '바람의 손자'가 보여줄 7월의 질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왕사남' 열풍에 군위 엄흥도 묘소 '북적'

화본리는 최근 영화 속 주인공 엄흥도의 자취를 확인하려는 이들로 북적인다. 이곳 산108번지에 자리한 엄흥도의 묘소는 단종의 시신을 거두면 삼족을 멸하겠다는 세조의 서슬 퍼런 엄명에도 불구하고, 목숨을 걸고 왕의 마지막을 지켰던 한 충신의 절개를 묵묵히 증언하고 있다. 영화의 기록적인 흥행은 박제된 역사 속 인물이었던 엄흥도를 우리 곁의 생생한 영웅으로 불러내며 고요했던 산골 마을을 활기 넘치는 답사지로 변모시켰다.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엄흥도 묘'를 가리키는 이정표와 함께 성역임을 알리는 홍살문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안내판에 따르면 엄흥도는 영월 호장 시절 단종의 장례를 치른 뒤 후환을 피해 군위 등지에 은거하며 생을 마감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러 지역에 관련 유적이 흩어져 있지만, 학계에서는 군위의 묘소가 실제 묘역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으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영화를 통해 그의 삶을 접한 관객들에게 이곳은 단순한 묘소가 아니라, 불의에 굴하지 않고 인간의 도리를 다했던 한 남자의 고결한 선택을 마주하는 성소와 같은 공간이 되었다.답사객들을 위한 군위군의 세심한 배려도 눈길을 끈다. 가파른 계단 입구에는 방문객들이 지팡이로 사용할 수 있는 나뭇가지들이 정갈하게 놓여 있어 산비탈을 오르는 수고를 덜어준다. 묘역으로 향하는 길목마다 설치된 이정표와 정비된 탐방로는 영화 흥행 이후 급증한 인파를 수용하기 위한 지자체의 노력을 짐작하게 한다. 묘소 앞에 서서 묵념을 올리는 이들의 모습에서는 500여 년 전 단종이 겪었을 비극과 그 곁을 지켰던 엄흥도의 고독한 결단에 대한 경외심이 묻어난다.묘소 참배를 마친 뒤 발길을 옮기면 나타나는 화본역은 답사의 또 다른 묘미를 선사한다. 철길 주변의 수려한 풍광으로 이름난 이곳은 특히 25m 높이의 급수탑이 명물로 꼽힌다. 증기기관차 시대의 유물인 급수탑 내부는 한여름에도 냉장고처럼 시원한 공기를 머금고 있어 무더위에 지친 답사객들에게 최고의 휴식처가 된다. 탑 벽면에 새겨진 '석탄 절약'이라는 옛 구호들은 관객들을 영화 속 조선 시대를 넘어 근현대사의 시간 여행으로 안내하며 독특한 경험을 제공한다.군위 화본리 답사는 단순히 영화의 배경지를 둘러보는 것을 넘어 지역의 문화유산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화본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국보로 지정된 '군위 아미타여래 삼존석굴'이 자리하고 있어 역사 탐방의 깊이를 더한다. 영화 한 편이 불러일으킨 관심이 잊혔던 충신의 삶을 조명하고, 나아가 주변 관광 자원과의 연계를 통해 대구 근교의 새로운 여행 코스를 완성한 셈이다. 지도를 펼쳐 들고 다음 행선지를 확인하는 답사객들의 표정에는 영화가 남긴 여운과 새로운 발견의 설렘이 교차한다.폭염과 폭우 예보가 오가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엄흥도의 묘를 찾는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던진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는 이들에게 군위의 산자락은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영화의 흥행이 지속되는 한, 단종을 향한 일편단심을 품고 숨어 살았던 엄흥도의 은거지는 시대를 초월한 충의의 상징이자 부산한 도심을 벗어난 이들의 쉼터로 더욱 사랑받을 전망이다. 군위군청이 새로 마련한 주차장에는 오늘도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차량이 줄을 잇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