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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노' 한 방에 끝난 호날두의 마지막 월드컵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마지막 월드컵 여정이 16강에서 막을 내렸다. 포르투갈은 스페인에 후반 추가시간 결승골을 허용하며 탈락했고, 호날두는 경기 종료 뒤 눈시울을 붉힌 채 그라운드를 떠났다.

 

루이스 데 라 푸엔테 감독이 이끄는 스페인은 7일 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 FIFA 북중미 월드컵 16강전에서 포르투갈을 1-0으로 꺾었다. 스페인은 3개 대회 만에 8강에 오르며 미국-벨기에전 승자와 4강 진출을 다투게 됐다.

 

양 팀은 초반부터 강하게 맞붙었다. 스페인은 오야르사발, 올모, 야말, 페드리, 로드리를 앞세워 점유율을 높였고, 포르투갈은 호날두를 최전방에 세운 뒤 브루노 페르난데스와 베르나르두 실바를 중심으로 역습을 노렸다.

 

전반 8분 스페인이 오야르사발의 일대일 기회로 먼저 위협했다. 포르투갈도 곧바로 반격했다. 전반 12분 스페인의 빌드업 실수를 틈탄 호날두가 슈팅을 시도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전반 막판에는 포르투갈의 공세가 거셌다. 전반 37분 주앙 펠릭스와 호날두의 연속 슈팅이 우나이 시몬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전반 41분 누누 멘데스의 강력한 슈팅은 골대를 맞고 나오며 아쉬움을 남겼다.

 

후반 들어 변수는 부상이었다. 후반 9분 포르투갈의 핵심 자원인 멘데스가 부상으로 쓰러졌고, 세메두가 급히 투입됐다. 이후 포르투갈의 수비 밸런스는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스페인은 후반 막판 승부수를 던졌다. 데 라 푸엔테 감독은 후반 45분 미켈 메리노와 파비안 루이스를 동시에 투입하며 공격에 변화를 줬다. 이 선택은 곧바로 결실을 맺었다.

 

후반 추가시간 메리노가 페란 토레스의 패스를 받아 포르투갈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었다. 이어 침착한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며 승부를 갈랐다. 포르투갈은 경기 종료 직전 베르나르두 실바의 헤더로 마지막 기회를 잡았지만, 득점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번 패배로 포르투갈은 2022 카타르 월드컵 8강 탈락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는 16강에서 짐을 싸게 됐다. 무엇보다 관심을 모은 호날두의 마지막 월드컵 도전도 여기서 멈췄다.

 


호날두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이번이 내 마지막 월드컵”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앞서 크로아티아와의 32강전에서 페널티킥 골을 넣으며 월드컵 토너먼트 무득점 징크스를 깼고, 만 41세 138일로 역대 최고령 월드컵 토너먼트 득점 기록도 세웠다.

 

하지만 스페인전에서는 상대 수비의 집중 견제에 막혀 결정적인 장면을 만들지 못했다.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포르투갈 감독은 직전 경기에서 활약한 곤살루 하무스를 끝까지 벤치에 두고 호날두를 신뢰했지만, 결과는 따라오지 않았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호날두는 한동안 그라운드를 떠나지 못했다. 세계 축구를 지배했던 슈퍼스타의 마지막 월드컵은 눈물과 함께 막을 내렸다.

 

일곱 왕자 성불한 칠불사, 영지의 전설

막을 알리는 상징물이다. 약 500년의 수령을 자랑하는 이 거목은 최치원이 꽂은 지팡이에서 싹이 돋았다는 신비로운 전설을 품고 있다. 마을을 넉넉히 감싸 안은 웅장한 가지는 천년 전 선비가 꿈꿨던 이상향의 입구를 지키는 파수꾼처럼 당당하게 서서 방문객들을 맞이한다.계곡의 물길을 따라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면 물살이 빚어낸 기암괴석 사이에 '세이암'이 모습을 드러낸다. 최치원이 속세의 번잡한 소리에 오염된 귀를 씻어냈다는 이곳은, 지금도 맑은 물줄기가 끊임없이 흐르며 세속의 때를 벗겨내려는 이들에게 무언의 가르침을 전한다. 수정처럼 투명한 대성계곡의 수면 위로 비치는 숲의 그림자는 최치원이 지향했던 무욕의 삶이 어떤 풍경이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자연과 역사가 교차하는 이 공간은 단순한 유적지를 넘어 성찰의 장소로 기능한다.발걸음을 옮겨 도착한 칠불사는 화려한 단청보다 깊은 적막이 먼저 다가오는 수행도량이다. 가야 김수로왕의 일곱 왕자가 성불했다는 설화에서 유래한 이 절은 지리산 반야봉 아래 고즈넉이 자리 잡고 있다. 어머니 허황옥 왕비가 아들들을 그리워하며 만들었다는 연못 '영지'에는 성불한 왕자들의 모습이 비쳤다는 애틋한 이야기가 흐른다. 전설은 세월을 견디며 이끼 낀 석축과 고요한 경내 곳곳에 스며들어 천년고찰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완성한다.칠불사의 명성은 독특한 온돌 구조를 지닌 '아자방'에서 정점을 찍는다. 한 번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 온기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이 선방은 한국 불교 수행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산이다. 조선 후기의 다성 초의선사 역시 이곳에 머물며 참선과 차를 하나로 보는 '선다일여'의 정신을 다듬었다. 아자방의 온기는 단순히 육신의 추위를 녹이는 것을 넘어, 혹독한 정진을 이어갔던 수행자들의 뜨거운 구도열을 오늘날의 우리에게 전해주는 매개체가 된다.경내를 천천히 거니는 스님들의 포행은 칠불사의 적막을 더욱 깊고 경건하게 만든다. 참선 후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이 느린 발걸음은 숲을 스치는 바람 소리, 계곡물 소리와 어우러져 하나의 수행 예술을 연출한다. 인위적인 장식 없이 자연의 순리대로 배치된 전각들은 지리산의 사계절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방문객들은 말없이 이어지는 스님들의 행선(行禪)을 지켜보며 도심에서 잊고 지냈던 내면의 고요를 비로소 마주하게 된다.대성계곡의 맑은 물줄기에서 시작해 칠불사의 아자방으로 이어지는 이 길은 단순한 탐방로가 아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명상의 통로다. 최치원이 귀를 씻었던 물소리는 여전히 계곡을 울리고, 일곱 왕자가 깨달음을 얻었던 고요는 칠불사 경내에 가득하다. 역사와 전설, 그리고 수행의 향기가 한데 어우러진 지리산의 이 길은 바쁜 현대인들에게 잠시 멈춰 서서 삶의 근원적인 가치를 되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