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스포츠

월드컵 16강서 멈춘 포르투갈… 사령탑 공석

 포르투갈 축구 국가대표팀을 이끌어온 로베르토 마르티네즈 감독이 월드컵 우승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했다. 마르티네즈 감독은 7일 미국 댈러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페인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16강전에서 패배한 직후 공식 석상에서 지휘봉을 내려놓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대표팀 부임 당시부터 오직 월드컵 정상만을 목표로 달려왔음을 강조하며, 목표 달성에 실패한 이상 팀을 더 이끄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결단력 있는 태도를 보였다.

 

마르티네즈 감독은 지난 2023년 1월 부임 이후 포르투갈 축구의 황금기를 재현하기 위해 헌신해왔다. 재임 기간 중 30승 9무 6패라는 준수한 성적을 거두었으며, 특히 유로 2024 예선에서는 10전 전승이라는 압도적인 기록으로 본선에 진출하며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북중미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도 조 1위로 본선행 티켓을 따내며 지도력을 인정받았으나, 정작 본선 무대에서는 토너먼트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16강에서 도전을 멈추게 되었다.

 


이번 대회에서 포르투갈은 조별리그 K조를 2위로 통과한 뒤 32강에서 크로아티아를 꺾으며 순항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16강에서 만난 '무적함대' 스페인과의 대결에서 단 한 골을 극복하지 못하고 0대1로 무릎을 꿇었다. 마르티네즈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계약이 오늘로 종료됨을 알리며, 포르투갈 축구협회가 새로운 사령탑을 통해 다음 단계를 준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임 기간 내내 마르티네즈 감독을 따라다녔던 가장 큰 쟁점은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활용 방식이었다. 6회 연속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호날두를 주전으로 고집하는 것에 대해 현지 매체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끊임없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호날두의 높은 비중이 팀의 기동력을 저해한다는 비판을 내놓았으나, 마르티네즈 감독은 마지막 순간까지 호날두에 대한 굳건한 신뢰를 거두지 않으며 그를 팀의 핵심 자원으로 기용했다.

 


사퇴를 선언하는 자리에서도 마르티네즈 감독은 주장 호날두를 향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호날두가 단순한 득점 기계 이상의 역할을 수행했으며, 어시스트와 리더십 측면에서도 모범적인 주장으로서 팀을 지탱해왔다고 평가했다. 축구에 평생을 헌신해온 호날두의 삶을 치켜세우며, 결과와 상관없이 그와 함께한 시간이 감독 인생에서 매우 자랑스러운 기억으로 남을 것임을 강조하며 마지막 예우를 갖췄다.

 

마르티네즈 감독은 포르투갈 국민들이 보여준 환대에 깊은 감사를 표하며 대표팀과의 동행을 마무리했다. 비록 월드컵 우승이라는 최종 목적지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포르투갈 사람처럼 환대받으며 일했던 모든 순간이 즐거움이자 자부심이었다는 소회를 남겼다. 포르투갈 축구협회는 이제 마르티네즈가 남긴 유산을 정리하고, 호날두 이후의 시대를 대비해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되었다. 패배의 아쉬움을 뒤로한 채 포르투갈 축구는 새로운 사령탑 선임이라는 과제를 안고 다음 여정을 준비한다.

 

일곱 왕자 성불한 칠불사, 영지의 전설

막을 알리는 상징물이다. 약 500년의 수령을 자랑하는 이 거목은 최치원이 꽂은 지팡이에서 싹이 돋았다는 신비로운 전설을 품고 있다. 마을을 넉넉히 감싸 안은 웅장한 가지는 천년 전 선비가 꿈꿨던 이상향의 입구를 지키는 파수꾼처럼 당당하게 서서 방문객들을 맞이한다.계곡의 물길을 따라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면 물살이 빚어낸 기암괴석 사이에 '세이암'이 모습을 드러낸다. 최치원이 속세의 번잡한 소리에 오염된 귀를 씻어냈다는 이곳은, 지금도 맑은 물줄기가 끊임없이 흐르며 세속의 때를 벗겨내려는 이들에게 무언의 가르침을 전한다. 수정처럼 투명한 대성계곡의 수면 위로 비치는 숲의 그림자는 최치원이 지향했던 무욕의 삶이 어떤 풍경이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자연과 역사가 교차하는 이 공간은 단순한 유적지를 넘어 성찰의 장소로 기능한다.발걸음을 옮겨 도착한 칠불사는 화려한 단청보다 깊은 적막이 먼저 다가오는 수행도량이다. 가야 김수로왕의 일곱 왕자가 성불했다는 설화에서 유래한 이 절은 지리산 반야봉 아래 고즈넉이 자리 잡고 있다. 어머니 허황옥 왕비가 아들들을 그리워하며 만들었다는 연못 '영지'에는 성불한 왕자들의 모습이 비쳤다는 애틋한 이야기가 흐른다. 전설은 세월을 견디며 이끼 낀 석축과 고요한 경내 곳곳에 스며들어 천년고찰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완성한다.칠불사의 명성은 독특한 온돌 구조를 지닌 '아자방'에서 정점을 찍는다. 한 번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 온기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이 선방은 한국 불교 수행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산이다. 조선 후기의 다성 초의선사 역시 이곳에 머물며 참선과 차를 하나로 보는 '선다일여'의 정신을 다듬었다. 아자방의 온기는 단순히 육신의 추위를 녹이는 것을 넘어, 혹독한 정진을 이어갔던 수행자들의 뜨거운 구도열을 오늘날의 우리에게 전해주는 매개체가 된다.경내를 천천히 거니는 스님들의 포행은 칠불사의 적막을 더욱 깊고 경건하게 만든다. 참선 후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이 느린 발걸음은 숲을 스치는 바람 소리, 계곡물 소리와 어우러져 하나의 수행 예술을 연출한다. 인위적인 장식 없이 자연의 순리대로 배치된 전각들은 지리산의 사계절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방문객들은 말없이 이어지는 스님들의 행선(行禪)을 지켜보며 도심에서 잊고 지냈던 내면의 고요를 비로소 마주하게 된다.대성계곡의 맑은 물줄기에서 시작해 칠불사의 아자방으로 이어지는 이 길은 단순한 탐방로가 아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명상의 통로다. 최치원이 귀를 씻었던 물소리는 여전히 계곡을 울리고, 일곱 왕자가 깨달음을 얻었던 고요는 칠불사 경내에 가득하다. 역사와 전설, 그리고 수행의 향기가 한데 어우러진 지리산의 이 길은 바쁜 현대인들에게 잠시 멈춰 서서 삶의 근원적인 가치를 되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