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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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유령'이 전하는 묵직한 울림.."나는 누구인가?"

 연극 무대 위, 사라진 존재들이 다시 살아난다. 창작극 ‘유령’은 관객에게 익숙한 희곡 형식을 따르지 않는다. 오히려 관객을 연극의 경계 안으로 끌어들이며 현실과 허구, 인물과 배우, 인생과 무대를 끊임없이 교차시킨다.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연극 <유령>은 무연고자로 생을 마친 한 여성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그 인물은 단지 ‘한 명의 이야기’가 아닌, 이 사회에서 소외되고 지워진 존재들의 초상으로 확장된다.

 

극의 문은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생에서 배씨, 정씨 그리고 다시 배씹니다”라는 독백으로 열린다. 연극 속 배명순은 남편의 폭력에서 도망쳐 ‘정순임’이란 이름으로 새 삶을 시작하지만, 결국 주민등록번호조차 말소된 채 무연고자로 생을 마감한다. 죽음 이후 그는 유령이 되어 무대에 돌아오고, 자신처럼 지워진 존재들의 목소리를 대신 전달하는 인물이 된다.

 

연출가 고선웅은 14년 만에 선보이는 창작극을 통해 존재의 의미와 인간의 존엄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한 신문 기사에서 무연고자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그는, 그들의 삶을 단순히 비극으로 그리기보다 생의 아이러니와 연극적 환상을 통해 다층적으로 조명한다. 예상외로 작품은 어둡기보다는 소동극에 가깝다. 그러나 단순한 희극이라기보다는 삶과 죽음, 진실과 허구의 경계 위에서 진지한 질문을 던지는 묵직한 드라마다.

 

무대는 마치 영안실을 연상케 하는 차가운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줄지어 늘어선 상자들은 비석 혹은 분골함을 상징하며, 그 뒤편의 냉동고는 죽은 자들의 세계를 암시한다. 이 공간은 다시 무대 뒤 분장실로, 다시 연극이 펼쳐지는 극장 무대로 바뀌며 현실과 연극이 겹겹이 교차한다.

 

극 중 인물 배명순은 이야기 안에서 정순임으로, 그리고 다시 연기를 맡은 배우 이지하로 탈바꿈한다. 그녀를 괴롭히는 남편은 때로는 다른 인물, 다른 악역을 맡다가도 돌연 배우 강신구의 본모습으로 돌아온다. 무대 스태프들 역시 관객 앞에 등장한다. 분장사와 무대감독은 단순한 조력자가 아니라 연극의 주체로서 배우들과 함께 호흡하고, 때로는 이야기의 전개에 영향을 미치며 무대 위에서 현실로 스며든다.

 

 

 

이처럼 연극 <유령>은 무대 위 인물과 배우의 경계를 허물며, 관객에게 이중적 자각을 요구한다. ‘무연고자’라는 단어로 상징되는 사회적 지워짐은 곧 연극 속 역할의 지워짐과 맞닿아 있으며, 이는 곧 현실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타인에게, 혹은 사회로부터 어떻게 존재로 인정받을 수 있는가 하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배우 전유경이 맡은 분장사의 대사는 이와 같은 질문을 잘 함축한다. “내가 알던 배우가 전혀 다른 사람이 되네. 칠한 다음에 변하는 거죠. 그리고 분장이 지워지면 원래대로 돌아오고. (…) 우리 인생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무대 위 배우들이 순간순간 자신을 벗어던지고 진짜 자아로 돌아오는 장면은, 관객에게 극 중 극이라는 연극적 장치를 넘어서 깊은 성찰을 유도한다. 이는 단지 연극적 실험이 아니라, 인간이란 존재의 양면성과 복잡성을 무대 위에서 구현한 장치이기도 하다. 그래서 <유령>은 단순히 무연고자에 대한 문제 제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사람으로 태어나, 사람답게 살다가, 사람처럼 죽어야 한다는 연극의 마지막 메시지는 관객에게 무겁고도 깊은 울림을 남긴다.

 

연극은 “세상은 무대, 사람은 배우. 가끔가다 유령도 있구나”라는 대사로 끝난다. 이 한 문장에는 <유령>이라는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모든 함의가 담겨 있다. 우리가 각자의 삶에서 맡은 역할을 살아가다가, 어느 날 홀연히 막이 내리듯 퇴장하는 존재일 뿐이라는 진실. 연극은 이 퇴장을 결코 가볍게 다루지 않는다. 오히려 퇴장의 순간까지 존재를 증명하고자 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다시 한 번 일깨운다.

 

허구와 현실이 끊임없이 엇갈리고 충돌하는 연극 <유령>은 결코 편안한 관람을 약속하지 않는다. 그러나 무대를 지키는 배우들의 힘 있고 섬세한 연기 덕분에, 이 ‘복잡하고 이상한’ 연극은 관객의 마음에 선명한 자취를 남긴다. 무연고자라는 이름 아래 사라졌던 존재들이, 연극의 형식을 빌려 비로소 다시 살아 숨 쉬게 된 것이다.

 

<유령>은 오는 2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된다.

 

1년에 딱 한 달, 셰프가 직접 썰어주는 비프 웰링턴의 정체

스마스(Taste of Paris : A Christmas Celebration)’ 코스는 이름 그대로 파리의 화려하고 낭만적인 크리스마스 무드를 식탁 위에 고스란히 재현한다. 세계적인 미식의 거장, 피에르 가니에르의 창의적인 철학이 담긴 이번 코스는 섬세함과 풍성함을 두루 갖춘 런치와 디너로 구성되어, 한 해를 마무리하는 소중한 이들과의 만찬을 잊지 못할 기억으로 만들어주기에 충분하다. 1년에 단 한 번, 오직 12월에만 허락되는 이 특별한 미식 경험은 벌써부터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런치 코스는 식재료 본연의 맛을 섬세하게 어루만지는 셰프의 정교한 테크닉이 돋보이는 요리들로 구성된다. 시작부터 화려하다. 트러플의 깊은 향이 감도는 마요네즈로 감싼 달콤한 킹크랩 살이 입맛을 돋우고, 푸아그라의 진한 풍미를 부드러운 커스터드 형태로 농축시킨 '푸아그라 호얄'이 미식의 서막을 연다. 이어서 등장하는 메인 요리는 부드러움의 극치를 보여준다. 무쇠 냄비에서 천천히 저온으로 조리하여 육질을 최상으로 끌어올린 송아지 갈비는 입안에서 녹아내리는 듯한 식감을 선사하며, 여기에 고소한 파르메산 치즈를 곁들인 쫀득한 감자 뇨끼와 담백하면서도 독특한 식감의 송아지 흉선 요리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각 요리는 마치 잘 짜인 교향곡처럼 기승전결을 이루며 섬세한 프렌치 퀴진의 진수를 경험하게 한다.황홀한 미식의 절정을 경험하고 싶다면 디너 코스가 정답이다. 세상의 진귀한 식재료를 아낌없이 담아낸 디너 코스는 그 시작부터 압도적이다. '황금빛 캐비어'라 불리는 최고급 오세트라 캐비어가 신선한 연어, 그리고 부드러운 한우와 만나 은은한 짭짤함과 고소한 감칠맛의 완벽한 앙상블을 선보이며 만찬의 품격을 한껏 끌어올린다. 이어서 부드러운 푸아그라가 전복의 깊은 맛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미를 자아내고, 향긋한 랍스터 크림소스와 겨울 트러플의 농후한 향이 더해져 미각의 정점을 찍는다. 코스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비프 웰링턴'이다. 셰프가 직접 테이블로 찾아와 눈앞에서 직접 썰어 제공하는 비프 웰링턴은 단순한 요리를 넘어 하나의 특별한 퍼포먼스로,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감동적인 순간을 완성하며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한다.롯데호텔 서울 관계자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소중한 시간을 더욱 특별하게 기념할 수 있도록 최고의 식재료와 정성을 담아 이번 코스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파리의 크리스마스' 코스는 연인과의 로맨틱한 데이트는 물론, 가족 모임이나 비즈니스 만찬 등 어떤 자리에서도 최고의 만족감을 선사할 만한 구성과 품격을 자랑한다. 12월이라는 한정된 시간 동안만 맛볼 수 있는 이 특별한 코스는 최고의 맛과 분위기 속에서 한 해를 우아하게 마무리하고, 다가오는 새해를 희망차게 맞이하고 싶은 이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선택이 될 것이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는 연말, 그 어떤 선물보다 값진 미식의 추억을 선물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