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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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 180분의 마라톤 무대 성황리에 마쳐

 지난 6월 1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모리스 라벨의 피아노곡 전곡을 연주하는 특별한 독주회를 선보였다. 이번 공연은 라벨 탄생 150주년과 조성진 데뷔 10주년을 기념하는 뜻깊은 무대였으며, 총 180분에 걸쳐 라벨의 피아노 작품 전곡을 연대기 순으로 연주하는 대서사시 같은 공연이었다. 한 편의 음악 마라톤에 비견될 만큼 난도가 높고 집중력이 요구되는 이 프로그램은 연주자뿐만 아니라 관객에게도 큰 도전이었다.

 

라벨은 인상주의 음악의 대표 작곡가로, 그의 피아노곡들은 세밀한 터치와 풍부한 음향 표현, 복잡한 리듬 구조, 그리고 극도의 감성 표현을 요구한다. 조성진은 이번 공연에서 ‘세레나데 그로테스크’로 문을 열었다. 이 곡은 불협화음과 거친 음의 조합이 특징인데, 조성진은 피아노 건반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음의 무게와 강약을 섬세하게 조절, 라벨의 독특한 음향 세계를 고스란히 전달했다. 이후 이어진 ‘고풍스러운 미뉴에트’에서는 우아한 터치와 탄력 있는 리듬으로 곡에 생명력을 불어넣었으며, 그다음 곡인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에서는 연주 속도가 지나치게 느려지거나 감상적으로 흐르지 않도록 엄격히 균형을 유지했다. 조성진은 마치 수채화 한 폭을 그리듯, 음과 음 사이의 공기마저도 끌어안으며 곡의 미묘한 감정을 완벽하게 구현해냈다.

 

이어진 ‘물의 유희’에서는 수면 위를 흐르는 빛과 파동을 연상시키는 투명한 소리로 청중을 매료시켰다. 이 곡은 각 연주자마다 물의 표정을 달리 해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조성진은 물이 자연스럽게 흐르는 느낌보다는 규칙적인 패턴 속에서 일렁이는 물결을 그려냈다. 음악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 연주는 청중으로 하여금 물 위를 걷는 듯한 감각을 선사했다.

 

공연의 중반부에는 라벨 피아노곡 중에서도 난이도와 예술적 깊이가 뛰어난 ‘거울’이 자리했다. 특히 ‘바다의 조각배’ 세 번째 악장은 이날 공연의 백미였다. 복잡한 리듬과 섬세한 터치가 요구되는 이 곡에서 조성진은 무대 위의 무용수처럼 건반 위를 경쾌하게 움직이며 아름답고 섬세한 음향을 만들어냈다. 그의 연주는 곡의 다층적인 감정과 환상적인 이미지를 완벽히 드러냈고, 관객들은 숨죽이며 그의 손끝에 집중했다.

 

 

 

조성진은 공연 중간 손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체력과 집중력을 유지했고, 이어서 피아노곡 중 가장 난해하고도 유명한 ‘밤의 가스파르’를 연주했다. 이 곡은 러시아 작곡가 밀리 발라키레프의 ‘이슬라메이’가 지나치게 어려워서 피아니스트 스크랴빈이 손을 다쳤다는 일화에 자극받아 라벨이 작곡한 곡이다. ‘밤의 가스파르’는 극도의 난이도와 복잡한 감정을 담고 있어 ‘피아니스트 철인 3종 경기’로 불린다. 조성진은 첫 악장 ‘온딘’에서 반짝이는 윤슬을 떠올리게 하는 맑고 투명한 소리를 만들어내며 곡에 몰입했다. 이어 ‘교수대’에서는 오른손으로 신중하게 울리는 종소리 같은 음향으로 어둡고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를 완벽히 연출했다. 이 악장은 라벨의 숨겨진 메시지와 해답을 찾는 듯한 신중한 터치가 인상적이었다. 마지막 악장인 ‘밤의 가스파르’는 격렬하면서도 장난스러운 요정의 이미지를 담고 있는데, 조성진은 그 모든 감정을 쏟아내 듯한 연주로 객석을 숨죽이게 만들었다.

 

공연의 마지막 부분은 ‘하이든 이름에 의한 미뉴에트’로 시작됐다. 이 곡은 이전 곡들보다 가벼운 분위기를 띠며 관객과의 교감을 시도했다. 이어진 ‘우아하고 감상적인 왈츠’에서는 조성진 특유의 부드러운 터치와 완급 조절이 곡의 우아함과 서정성을 극대화했다. 그리고 라벨 후기의 대작 ‘쿠프랭의 무덤’으로 무대는 마무리됐다. 이 곡은 1차 세계대전에서 세상을 떠난 라벨의 친구들을 기리기 위해 만든 연가풍 춤곡 모음으로, 애도의 감정과 춤곡의 경쾌함이 교차한다. 조성진은 악장마다 적절한 감정선을 살리면서도 곡의 전체적인 흐름을 유지해 깊은 여운을 남겼다. 마지막 ‘토카타’ 악장에서는 힘차고 빠른 터치로 음악적 클라이맥스를 완성하며 관객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다.

 

이번 공연은 단순히 기술적인 기교를 과시하는 무대가 아니었다. 3시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조성진은 라벨 음악의 섬세함과 복합미를 전달하며 음악적 서사를 펼쳤다. 또한 청중도 피아니스트와 함께 긴 여정을 견디며 음악의 모든 순간을 온전히 체감했다. 이날 공연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마지막까지 숨죽이며 집중했고, 무대 위 조성진에게 뜨거운 박수와 찬사를 보냈다. 이처럼 조성진의 10년 경력은 혼자가 아닌 관객과 함께 만들어온 시간임을 재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이번 연주는 라벨 음악 세계의 깊이를 다시금 조명한 기념비적 무대였다. 특히 전곡 연주라는 희귀한 기획을 통해 라벨의 음악적 진화를 한눈에 볼 수 있었으며, 조성진은 이를 통해 자신만의 해석과 감성을 더해 젊은 거장으로서 확고한 위치를 다졌다. 관객들은 라벨의 빛과 그림자, 격렬함과 섬세함이 공존하는 세계에 흠뻑 빠져들며 음악 예술의 진수를 체험했다.

 

더위 탈출 3종 세트, 대만·라스베이거스·튀르키예의 여름 판타지

선 여행을 떠나보자.대만 타이동 루예 고지에서는 7월 5일부터 8월 21일까지 약 한 달 반 동안 ‘대만 국제 열기구 카니발’이 열린다. 이 축제는 캐릭터 모양의 열기구 전시, 하늘을 나는 듯한 계류 비행 체험, 그리고 음악과 조명이 어우러진 야간 열기구 쇼 등으로 대만을 대표하는 여름 행사다. 특히 올해는 인기 만화 도라에몽과 협업해 도라에몽 테마 열기구와 드론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야간 열기구 조명 음악회는 루예 고지, 타이마리 슈광 단지 등 타이동의 주요 명소에서 매주 목요일 밤을 수놓을 예정이다.또한 루예 지역에서는 차 농장 체험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관광객들은 현지 차 농장에서 직접 차잎을 따고, 대만 차 문화를 체험하며 힐링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대만 국제 열기구 카니발’과 함께 ‘동부해안 랜드아트 페스티벌’도 주목할 만하다. 대만 동부 해안의 장엄한 자연 풍경과 원주민 문화를 주제로 한 이 축제는 국내외 예술가들이 창작한 설치 미술 작품과 음악 공연으로 방문객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특히, 이번 축제는 장셴얼 예술단지와 협업해 자연과 예술, 건축이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전용버스와 관광 열차 상품도 출시되어 편리하게 축제와 명소를 즐길 수 있다.오는 8월 28일, 라스베이거스의 세계 최대 몰입형 공연장 ‘스피어’에서 영화 오즈의 마법사가 새롭게 재탄생한다. 스피어의 몰입형 시리즈 ‘스피어 경험’의 일환으로, 구글 클라우드와 워너 브라더스가 함께 제작했다. 원본 영화를 AI 기술로 복원해 고해상도로 업스케일링하고, 스피어의 360도 랩어라운드 스크린과 몰입형 사운드, 진동 시트, 향기 분사 등 최첨단 기술을 더해 관객들에게 마치 영화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특히, 노란 벽돌길과 에메랄드 시티 같은 상징적인 장면들은 스피어의 압도적인 스케일로 입체적으로 재구성되어 관객들에게 전례 없는 몰입감을 제공한다. 티켓은 스피어 공식 홈페이지에서 구매 가능하며, 숙박 패키지도 함께 제공된다.튀르키예 문화관광부가 주최하는 ‘나이트 뮤지엄 프로젝트’가 올해 6월부터 시즌 2로 돌아왔다. 지난해 첫 선을 보인 이 프로젝트는 전 세계 여행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으며 성공을 거뒀고, 올해는 총 25개의 유적지가 밤에도 개방된다.이스탄불에서는 아야 소피아 역사체험관, 튀르키예 및 이슬람 미술관, 갈라타 타워 등이 밤늦게까지 문을 열며, 수도 앙카라의 아나톨리아 문명박물관과 민족학박물관도 밤 9시까지 운영된다. 이즈미르의 에페소스에서는 밤 11시까지 고대 로마의 흔적을 감상할 수 있으며, 조명이 비추는 대리석 기둥과 극장은 고대 문명의 숨결을 더욱 생생히 느끼게 한다.파묵칼레의 히에라폴리스는 밤에 더욱 신비로운 풍경을 자아낸다. 석회암 지대와 유적이 달빛과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선사하며, 카파도키아의 지하도시들은 밤 9시까지 운영되어 낮과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특히, 넴루트 산에서는 해돋이와 함께 거대한 석상들을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도 제공된다.튀르키예의 유적들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 밤의 고요함 속에서 고대 문명과 교감할 수 있는 특별한 여름밤의 추억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