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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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나의 국보를 위해 건물 통째로…상상 초월 전시관 등장

 '국보 중의 국보'로 불리는 백제금동대향로만을 위한 단독 전시관이 마침내 문을 연다. 국립부여박물관은 국보 백제금동대향로를 위한 전용 전시 공간인 '백제대향로관'을 오는 23일 공식 개관한다고 밝혔다. 1993년 부여 능산리 절터에서 기적적으로 발굴된 백제금동대향로는 용과 봉황, 신선과 동물, 5인의 악사를 정교하게 조각하여 백제인의 사상과 세계관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최고의 걸작이다. 이번 전용관 개관은 단 하나의 문화유산을 위해 독립된 건물을 통째로 할애한 파격적인 시도로, 백제금동대향로가 지닌 독보적인 위상과 가치를 다시 한번 증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새롭게 문을 여는 '백제대향로관'은 건물 자체가 백제금동대향로의 조형미와 세계관을 그대로 담아낸 하나의 거대한 예술 작품이다. 지상 3층 규모의 건물은 향로의 구조를 건축적으로 재해석하여 관람객이 마치 향로 속 세계를 탐험하는 듯한 경험을 하도록 설계되었다. 1층은 향로의 하부인 용의 수중 세계를 모티프로 한 화려한 미디어아트로 시작된다. 이곳을 지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3층으로 향하는 과정은, 마치 수중 세계의 용이 하늘로 힘차게 솟구쳐 오르는 듯한 극적인 연출을 통해 관람객의 몰입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3층의 핵심 공간인 '백제금동대향로실'에 들어서면 비로소 향로의 실물과 마주하게 된다. 약 77평 규모의 초타원형 공간은 벽과 모서리를 부드러운 곡선으로 처리하고, 천장에는 직선의 사각 구조물을 배치하여 조화와 융합이라는 백제 미학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곳에서 관람객은 시각뿐만 아니라 모든 감각을 동원해 향로를 감상하게 된다. 향로 뚜껑에 새겨진 5인의 악사가 연주하는 악기 소리를 기반으로 작곡된 신비로운 음악이 공간을 채우고, 고대의 향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은은한 향기가 퍼져나가며 1400년 전 백제의 정신세계를 오감으로 느끼게 한다.

 

단순한 관람을 넘어선 체험과 휴식의 공간도 마련되었다. 3층에 함께 위치한 정보 공간 '향·음(香·音)'에서는 향 기둥 안에 직접 들어가 고대의 향을 맡아보거나, 5인의 악사가 연주하는 악기 소리를 각각 들어보는 등 다채로운 체험형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또한 휴게 공간인 '향·유(香·遊)'에서는 백제금동대향로와 관련된 아카이브 자료를 자유롭게 열람하고, 전망대를 통해 백제의 옛 도읍이었던 부여의 아름다운 경관을 조망하며 관람의 깊은 여운을 만끽할 수 있다. 이번 백제대향로관 개관은 한 점의 문화유산이 한 시대의 예술과 기술, 세계관을 대표하는 상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될 것이다.

 

 

 

지갑 닫는 한국인들, '이 나라'는 더 이상 가지 않는 이유

우선순위가 해외로 쏠리면서 국내 여행 시장의 수요 감소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기대를 모았던 해외여행 역시 계획률이 하락하는 등 녹록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올 4분기는 물론 내년 1분기 여행 시장 전망까지 어둡게 하는 신호로, 꽁꽁 얼어붙은 소비 심리가 여행 산업 전반을 위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국내 여행 시장의 위축은 구체적인 수치로 더욱 명확하게 확인된다. 11월 국내 숙박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는 응답은 61.5%로, 이는 지난 1년 내 가장 낮은 수치다. 더욱 심각한 것은 지난 1년 동안 이 계획률이 단 한 번도 전년 같은 달의 수치를 넘어서지 못했다는 점으로,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구조적인 수요 위축이 지속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한 회복지수(TCI) 역시 여행 경험률(90)과 계획률(86) 모두 기준점인 100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여행객들이 비용을 아끼려는 의지가 해외보다 국내 여행에서 더 강하게 나타나는 현상은, 한정된 예산을 해외여행에 집중하려는 경향이 국내 여행 시장의 침체를 가속하는 핵심 원인임을 방증한다.상대적으로 나을 것으로 기대됐던 해외여행 시장 역시 약보합세로 돌아섰다. 해외여행 경험률은 35% 수준에서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향후 시장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계획 보유율은 44.6%로 전년 동월 대비 1.7%p 하락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여행 패턴의 극적인 변화다. 평균 여행 기간은 코로나 이전에 비해 오히려 줄어든 반면(TCI 93), 1인당 총경비(TCI 122)와 일평균 비용(TCI 130)은 매우 큰 폭으로 급증했다. 이는 높은 현지 물가와 환율 부담 속에서 여행객들이 어쩔 수 없이 '짧고 굵게' 다녀오는 고비용 여행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음을 시사하며, 시장의 양적인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이러한 상황 속에서 여행객들의 행선지 선택에도 뚜렷한 변화가 감지된다. 전체 해외여행의 80%를 차지하는 아시아 지역 내에서도, 전통적인 인기 여행지였던 일본의 비중이 줄고 중국으로의 관심이 이동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또한, 최근 범죄 이슈가 불거진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나 물가 부담이 극심한 미국으로의 여행 계획은 감소하고, 상대적으로 가까운 동아시아 지역으로의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국내든 해외든, 고물가 시대에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이 여행 자체를 줄이거나, 가더라도 비용 효율을 극단적으로 따지는 '계산적 여행' 패턴이 당분간 대세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