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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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 유영국 탄생 110주년 '역대급' 회고전

 한국 현대 추상화의 선구자로 불리는 유영국 화백의 예술 세계가 탄생 110주년을 맞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화려하게 부활한다. 이번 전시는 미술관이 야심 차게 기획한 근대 거장 조명 프로젝트의 첫 단추로, 작가의 전 생애를 관통하는 방대한 작품군을 한자리에 모았다. 기술이 인간의 창의성을 위협하는 시대에 회화 본연의 가치와 인간의 순수한 직관이 지닌 힘을 다시금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시의 구성은 작가가 전업 작가로서 독자적인 길을 걷기로 결심했던 1964년을 기점으로 삼아 독특한 시간적 흐름을 보여준다. 관람객은 이 시기를 축으로 삼아 도쿄 유학 시절의 전위적인 실험 정신을 마주하고, 다시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추상의 정점에 도달한 노년기의 평온한 심상 세계에 닿게 된다. 170여 점에 달하는 전시작 중에는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유작들이 대거 포함되어 한국 모더니즘 미술사의 공백을 채우는 학술적 의미도 더했다.

 


유영국 예술의 핵심 키워드는 단연 '산'이다. 그는 평생 산이라는 자연물을 매개로 삼아 그 속에 담긴 보편적인 질서와 숭고한 정신성을 탐구해 왔다. 작가에게 산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풍경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과 합일되는 경외의 대상이었다. 이번 전시는 관람객들이 강렬한 색채와 기하학적 선으로 구현된 산의 형상을 통해 추상미술이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작가의 마음속 풍경과 대화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거장의 유산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려는 시도도 돋보인다. 미술관은 문학, 음악,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을 통해 전시의 외연을 확장했다. 유명 예술가들의 목소리가 담긴 오디오 가이드는 작품의 깊이를 더해주며, 가을에는 도심 대형 건물의 외벽을 유영국 특유의 원색으로 물들이는 미디어 파사드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이는 박제된 과거의 작품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동시대의 살아있는 문화 축제로 승화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인공지능이 예술의 영역까지 침범하며 창작의 본질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오늘날, 유영국의 캔버스는 인간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노동의 가치와 예술적 투쟁을 웅변한다. 작가가 평생 고수해 온 철저한 작가 정신은 디지털 시대의 관람객들에게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감각과 성찰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화려한 색면 뒤에 숨겨진 고독한 탐구의 흔적들은 관람객들에게 묵직한 감동을 선사한다.

 

이번 회고전은 한국 근대 미술이 이룩한 역사적 성취를 오늘의 언어로 다시 읽어내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관람객들은 전시장을 거닐며 작가가 평생을 바쳐 구축한 자연의 정수와 마주하게 된다. 시대를 초월한 예술가의 열정이 담긴 이번 전시는 오는 10월 말까지 이어지며, 방문객 각자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자신만의 산을 발견하는 특별한 여정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명동 대신 북한산 간다…K-콘텐츠가 바꾼 한국 여행 공식

산 배낭을 멘 개별 자유여행객들이 북한산과 설악산 등 주요 명산으로 향하는 풍경이 일상이 되었다. K-팝과 K-푸드의 뒤를 이어 한국의 산세와 등산 문화가 새로운 한류 콘텐츠인 'K-등산'으로 각광받으면서, 국내 관광 산업의 지형 자체가 쇼핑 중심에서 체험형 아웃도어로 빠르게 이동하는 추세다.수치로 나타나는 변화는 더욱 극명하다. 올해 1분기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약 474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6% 증가했는데, 이 중 산악 관광을 즐기는 수요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국립공원공단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국립공원을 찾은 외국인은 200만 명을 넘어섰으며, 특히 관광 목적으로 입국해 산을 찾은 이들이 국내 거주 외국인 방문객 수를 앞질렀다. 제주 한라산이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가운데, 산악형 공원 중에서는 설악산이 외국인들 사이에서 독보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외국인들에게 설악산은 한국 여행 시 반드시 정복해야 할 '하이킹 성지'로 통한다. 사계절이 뚜렷한 자연경관은 물론이고, 케이블카와 정비가 잘 된 등산로 덕분에 초보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힌다. 여기에 KTX와 시외버스를 이용해 서울에서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접근성까지 더해지며 외국인 입문 등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설악산 인근의 주요 호텔들은 평일 외국인 투숙객 비중이 40%를 상회할 정도로 개별 여행객들의 필수 목적지가 되었다.이들의 여행 동선 역시 한류 콘텐츠와 결합해 더욱 다변화되는 양상이다. 서울에서 출발해 방탄소년단(BTS)의 뮤직비디오 촬영지 등 K-팝 성지를 순례한 뒤 설악산 등반으로 여정을 마무리하는 코스가 대표적이다. 좀 더 긴 일정을 선호하는 여행객들은 부산의 사찰과 안동의 한옥 마을을 거쳐 설악산 하이킹으로 한국의 전통과 자연을 동시에 경험하는 전국 일주형 패턴을 보이기도 한다. 이는 한국의 지역 특색이 담긴 체험형 콘텐츠가 인바운드 관광의 새로운 축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음을 의미한다.관광 업계와 호텔업계는 이러한 수요 변화에 발맞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설악산의 자연환경을 활용해 박물관이나 영국식 클래식 테마를 결합한 체험형 숙박 콘텐츠를 강화하는 등 외국인 고객 유치를 위한 맞춤형 전략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배낭 하나만 메고 호텔을 찾는 외국인이 늘어난 현상을 두고, 한국 여행의 목적이 단순한 물건 구매에서 자연 속에서의 웰니스와 로컬 체험으로 완전히 전환되었다고 분석한다.전문가들은 K-등산 열풍이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글로벌 여행 트렌드의 구조적 변화와 맞닿아 있다고 보고 있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한국 산의 비현실적인 풍광이 공유되면서 전 세계 젊은 층의 유입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럭셔리 쇼핑 위주의 관광 시장이 저물고 아웃도어와 로컬 문화가 결합한 체험형 여행이 주류로 부상함에 따라, 한국의 산악 자원을 활용한 관광 상품은 향후 더욱 세분화되고 전문화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