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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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동비빔밥'에 진심인 당신…'제철코어' 열풍의 뿌리 찾았다

 올봄 소셜 미디어를 뜨겁게 달군 키워드는 단연 ‘봄동비빔밥’이었다. 제철 식재료를 가장 맛있는 순간에 즐기며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만끽하려는 이른바 ‘제철코어’ 트렌드가 2030 세대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잊힌 줄 알았던 24절기의 감각이 현대인의 취향과 만나 특별한 문화적 자산으로 소비되는 지금, 경기문화재단 실학박물관은 자연의 리듬을 삶의 기준으로 삼았던 선조들의 통찰을 오늘의 언어로 풀어낸 기획전 ‘이십사(二十四): 하늘을 읽어 땅을 살리다’를 통해 대중과 만나고 있다.

 

전시는 단순히 유물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측-전달-실천’이라는 세 가지 흐름을 통해 절기가 어떻게 우리 삶의 지도가 되었는지 추적한다. 1부 ‘관측: 하늘을 읽다’에서는 혼천의와 앙부일구 등 정교한 천문 기구를 통해 절기가 치밀한 과학의 산물이었음을 증명한다. 특히 세종대왕이 백성들을 위해 거리에 설치한 해시계 앙부일구는, 누구나 ‘때’를 알고 삶의 계획을 세울 수 있게 하려 했던 당시의 혁신적인 통치 철학을 보여주며 관람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2부 ‘전달: 삶으로 잇다’에서는 국가가 독점하던 천문 지식을 백성의 손으로 넘겨주려 했던 실학자들의 실사구시 정신을 조명한다. 보물 제2032호인 ‘혼개통헌의’는 실학자 유금이 만든 휴대용 천문계산기로, 이번 전시의 핵심 유물이다. 관람객들은 인터랙티브 체험을 통해 직접 별자리를 읽으며, 절기를 읽는 행위가 관의 영역을 넘어 개인의 일상으로 스며드는 과정을 경험한다. 글을 모르는 백성들도 노래로 절기를 익힐 수 있게 했던 ‘농가월령가’ 역시 지식의 대중화를 꿈꿨던 실학의 면모를 잘 보여준다.

 

전시의 하이라이트인 3부 ‘실천: 땅을 살리다’는 과거의 지혜를 기후 위기 시대의 생태적 대안으로 연결하며 ‘제철코어’의 진정한 의미를 완성한다. 여기서는 단순히 제철 음식을 먹는 것을 넘어, 자연의 순환에 몸을 맡긴 채 살아가는 현대판 실학자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철에 맞춰 농사를 짓는 농부들과 지역 식재료로 계절의 맛을 구현하는 셰프들의 인터뷰는, 절기를 따르는 삶이 오늘날 우리에게 왜 필요한 감각인지를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특히 남양주 조안면 주민들과 협업해 전시장 내에 설치한 ‘생태변기’는 이번 전시의 파격적인 시도 중 하나다. 배설물을 버려지는 오물이 아닌 소중한 퇴비로 되돌리는 이 장치는, 박제가가 ‘북학의’에서 주창했던 자원 순환의 철학을 21세기의 언어로 재현한 것이다. 이는 ‘제철코어’가 단순한 미식 트렌드를 넘어, 지구와 공존하기 위한 생태적 실천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시사하며 관람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다.

 

김필국 실학박물관장은 절기를 따라 삶의 리듬을 세우는 일이 현대 사회의 피로를 치유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박물관은 전시와 연계해 지역 어르신들의 손맛을 배우는 ‘할머니의 절기밥상’ 등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절기의 감각을 일깨우는 로컬 커뮤니티의 거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10월 18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하늘의 시간을 읽어 땅을 살리려 했던 선조들의 지혜가 오늘날 ‘제철코어’라는 이름으로 어떻게 우리 곁에 살아 숨 쉬고 있는지 확인시켜 주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공포 영화가 부른 무단침입, '성지순례'가 범죄로?

'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안전시설이 전혀 갖춰지지 않은 오지나 노후 시설물에 인파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색 탐험은 단순한 여가 활동을 넘어 야간 추락이나 고립 같은 치명적인 인명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소방 당국이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충남 예산군의 평범한 저수지였던 '살목지'는 동명의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며 하룻밤 사이에 전국적인 공포 명소로 급부상했다. 한밤중의 스릴을 만끽하려는 방문객이 예년보다 15% 이상 폭증하면서 저수지 일대 도로는 '살리단길'이라는 별칭까지 얻을 정도로 북적이고 있다. 하지만 급격히 늘어난 유동 인구에 비해 가로등이나 안전 펜스 등 기초적인 인프라가 부족해, 어두운 밤길을 걷던 방문객들이 실족할 위험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실정이다.영화 '백룸'의 인기는 온라인상에서 기괴한 공간 정보를 공유하는 '백룸맵'이라는 기현상까지 만들어냈다. 끝없이 반복되는 노란 미로를 배경으로 한 영화적 설정을 현실에서 찾기 위해, 이용자들이 직접 전국의 음침한 지하 통로와 버려진 주차장, 오래된 터널 등을 지도에 표시해 공유하는 방식이다. 이용자들은 장소의 공포 지수를 매기며 탐험을 즐기지만, 제보된 장소 대부분이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붕괴나 가스 누출 등 예기치 못한 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전문가들은 야간 탐험이 인체에 미치는 생물학적 변화가 사고의 결정적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인간의 눈이 어둠에 적응하는 암순응 과정에서는 시각 정보가 극도로 제한되어 착시 현상이 일어나기 쉽고, 시야각 또한 평소보다 현저히 좁아진다. 이 상태에서 정비되지 않은 지하 시설이나 산간 오지를 방문할 경우, 지형지물을 오인해 미끄러지거나 낭떠러지로 추락할 위험이 평상시보다 몇 배나 높아진다는 분석이다.현장의 안전을 책임지는 소방 관계자들의 시선은 더욱 엄중하다. 최근 인기를 끄는 장소들은 지자체가 정식으로 관리하는 관광지가 아니기에 사고 발생 시 정확한 위치 파악과 신속한 구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호기심에 출입 금지 구역이나 폐쇄된 건물 내부로 진입하는 행위는 본인의 생명을 담보로 한 위험한 도박과 다름없다. 야간의 고립 사고는 저체온증 등 2차 피해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 구조 대원들 사이에서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공포를 즐기는 문화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타인의 사유지를 침범하거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방식의 탐험은 지양되어야 한다. 지자체는 위험 지역에 대한 경고판 설치와 순찰을 강화하고 있으며, 온라인 플랫폼 역시 위험 장소 공유에 대한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스크린 속의 전율은 영화관 안에서 끝내고, 현실에서는 검증된 안전한 장소에서 건전한 여가를 즐기는 성숙한 시민 의식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