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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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과 신예의 하모니, 클래시컬 브릿지 개막

 초여름의 길목인 6월, 서울과 경기 일대에서 클래식의 정수를 만끽할 수 있는 대규모 음악 축제가 막을 올린다. 오는 4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과 롯데콘서트홀, 고양아람누리 음악당에서 개최되는 ‘클래시컬 브릿지 국제 음악 페스티벌’은 슈베르트부터 라흐마니노프에 이르는 폭넓은 레퍼토리로 관객들을 찾는다. 이번 페스티벌은 세계적인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를 필두로 총 21명의 정상급 아티스트들이 참여해 일곱 차례의 고품격 공연을 선보이며 음악을 통한 소통과 연결의 가치를 전할 예정이다.

 

예술감독을 맡은 피아니스트 클라라 민은 이번 축제의 기획부터 섭외, 연주까지 전 과정을 진두지휘하며 프로젝트의 정체성을 확립했다. 2018년 뉴욕에서 시작된 이 페스티벌은 프랑스 보르도와 파리 등을 거쳐 올해 다시 서울을 개최지로 낙점했다. 클라라 민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단순히 음악을 연주하는 행위를 넘어 세대와 문화, 아티스트 간의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무는 ‘다리’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음악에 대한 진정성과 열린 마음을 가진 연주자들을 엄선해 이번 무대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이번 페스티벌의 가장 큰 특징은 세계적인 거장과 차세대 유망주들이 한 무대에서 호흡한다는 점이다. 첼로의 거장 미샤 마이스키와 바이올리니스트 오귀스땅 뒤메이, 비올리스트 리다 첸 등 전설적인 연주자들은 물론, 한국의 실력파 연주자인 김상진, 윤진원, 조동현 등이 합류해 앙상블의 깊이를 더한다. 특히 유명 연주자들의 가족이 함께 무대에 오르는 특별한 구성은 관객들에게 색다른 감동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4일 열리는 미샤 마이스키의 리사이틀에는 그의 딸 릴리와 아들 사샤가 각각 피아노와 바이올린 협연자로 나서 가족의 음악적 유대를 과시한다.

 

실내악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챔버 콘서트 시리즈도 기대를 모은다. 5일 열리는 첫 번째 실내악 공연은 고전과 낭만, 인상주의를 아우르는 정통 편성으로 꾸며지며, 이어지는 두 번째 공연에서는 스트라빈스키와 쇼스타코비치의 작품을 통해 전쟁과 상실의 시대를 조명한다. 7일 고양에서 열리는 세 번째 실내악 무대에는 리다 첸이 동료들과 브람스 현악 6중주를 연주하며, 그의 아들 다비드 첸 역시 별도의 리사이틀을 통해 한국 관객에게 첫 인사를 건넨다. 리다 첸은 이번 페스티벌이 세대 간의 가교가 되는 소중한 기회라며 아들의 첫 한국 무대에 대한 설렘을 드러냈다.

 


축제의 대미는 미하일 플레트네프가 이끄는 라흐마니노프 인터내셔널 오케스트라가 장식한다. 11일과 12일 양일간 진행되는 공연에서는 베토벤의 코리올란 서곡과 라흐마니노프의 교향시 등을 연주하며 웅장한 오케스트라 사운드의 정점을 보여줄 예정이다. 거장 미샤 마이스키는 젊은 연주자들과 함께하는 이번 무대에 대해 큰 기쁨을 표하며, 마음만은 여전히 청춘이라는 유쾌한 소회를 전했다. 그는 제자였던 장한나 예술의전당 사장에 대한 애정 어린 격려도 잊지 않으며 음악적 사제 관계의 훈훈함을 더했다.

 

클래시컬 브릿지 페스티벌은 음악이라는 공통 언어를 통해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이들을 하나로 묶는 특별한 경험을 지향한다. 6월의 밤을 수놓을 거장들의 섬세한 활질과 신예들의 패기 넘치는 연주는 관객들에게 일상의 위로와 예술적 영감을 동시에 제공할 것이다. 서울과 고양을 오가며 펼쳐지는 이번 음악 여정은 클래식이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누구나 열린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진정한 축제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뷰민라 2026 성료, 악뮤 '개화'로 증명한 존재감

장식한 주인공은 남매 듀오 악뮤였다. 메인 무대인 '민트 브리즈 스테이지'의 마지막 헤드라이너로 나선 이찬혁과 이수현은 최근 발표한 정규 앨범 '개화'의 수록곡들을 선보이며 7년이라는 공백기가 무색할 만큼 완벽한 복귀를 알렸다. 이들의 무대는 세련된 편곡과 압도적인 가창력이 어우러져 공연 막바지 하늘을 수놓은 불꽃놀이와 함께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했다.악뮤의 무대에 앞서 메인 스테이지는 다채로운 장르의 실력파 아티스트들이 책임졌다. 솔로로서 독보적인 감성을 보여준 데이식스의 원필을 비롯해, 특유의 리듬감으로 관객을 휘어잡은 장기하, 그리고 포크록의 정수를 보여준 로이킴과 심규선이 밴드 사운드와 함께 풍성한 무대를 꾸몄다. 하현상, 소수빈 등 주목받는 싱어송라이터들과 드래곤포니 같은 신예 밴드들까지 가세해, 인디와 메이저를 아우르는 뷰민라만의 탄탄한 라인업을 증명하며 관객들에게 지루할 틈 없는 음악적 즐거움을 제공했다.서브 스테이지인 '러빙 포레스트 가든'에서는 감성 듀오 옥상달빛이 헤드라이너로 등장해 특유의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분위기로 무대를 이끌었다. 멤버들은 '유서'라는 곡을 소개하며 던진 엉뚱한 농담으로 객석에 웃음을 안기는가 하면, 공연 중 발생한 작은 실수조차 자학적인 조크로 승화시키는 노련함을 보였다. 이들의 감미로운 화음과 진솔한 토크는 봄밤의 정취와 어우러져 관객들에게 깊은 위로를 건넸으며, 인트로부터 엔딩까지 시종일관 훈훈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서정적인 무대의 정점을 찍었다.같은 스테이지에서는 평소 라이브 공연을 접하기 힘들었던 아티스트 알레프의 무대가 펼쳐져 관객들의 열렬한 호응을 이끌어냈다. 오존, 92914, 거니 등 감각적인 사운드를 지향하는 뮤지션들과 밴드기린, 임지우 등이 차례로 무대에 올라 봄의 마지막 날을 다채로운 음악적 색채로 물들였다. 관객들은 잔디밭에 앉아 여유롭게 음악을 감상하며,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깊이 있는 인디 음악의 매력에 흠뻑 빠져드는 시간을 가졌다.강렬한 에너지를 원하는 관객들을 위해 마련된 '플러드 인 더 케이브' 스테이지는 국악 퓨전 록밴드 카디가 헤드라이너로서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뿜어냈다. 거문고와 일렉 기타가 조화를 이룬 이들의 사운드는 페스티벌의 열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또한 3인조 펑크밴드 스네이크 치킨 수프를 필두로 와와와, 로우 하이 로우 등 개성 넘치는 인디 밴드들이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연주를 선보이며, 신예들의 패기와 베테랑의 노련함이 공존하는 폭발적인 무대를 완성했다.이틀간 펼쳐진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26은 악뮤의 성공적인 복귀 확인과 더불어 옥상달빛, 카디 등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보여준 진정성 있는 무대로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화려한 무대 장치보다 음악 본연의 가치에 집중한 이번 축제는, 관객들이 일상의 피로를 씻어내고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는 진정한 의미의 휴식이 되었다. 봄의 끝과 여름의 시작을 잇는 길목에서 울려 퍼진 이들의 선율은 내년 축제를 기약하는 관객들의 마음속에 소중한 조각으로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