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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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역, 잊힌 기억을 깨우다

 대구의 근대 역사를 품은 고모역이 무대 위에서 살아 움직이는 예술의 공간으로 변모한다. 오는 14일 오후 2시와 4시, 고모역 복합문화공간에서는 창작 뮤지컬 낭독공연 '그대에게, 고모령 너머'가 관객들을 찾아간다. 이번 공연은 지역의 역사적 장소가 지닌 고유한 기억을 예술적 서사로 풀어내어, 잊혀가는 공간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수많은 만남과 이별이 교차했던 기차역의 상징성을 통해 관객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선사할 예정이다.

 

공연예술 단체 '스며듦'이 기획한 이번 무대는 2026년 수성문화예술단체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되었다. 고모역은 그동안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지역사를 기록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으나, 도심과의 접근성 문제로 대중적인 인지도가 다소 낮았던 것이 사실이다. 제작진은 이러한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고 고모역이 가진 문화적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이곳을 극의 배경이자 핵심 소재로 선택했다. 공간이 가진 물리적 실체를 넘어 그 속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을 조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작품의 핵심 서사는 '기억되지 않으면 사라지는 운명'을 가진 존재들의 애틋한 고백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단 한 번의 기회를 얻은 주인공들이 전하는 진심 어린 이야기는 관객들로 하여금 스스로 잊고 지냈던 소중한 기억들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제작진은 관객들이 공연을 관람하는 동안 가슴 깊이 묻어두었던 꿈이나 미처 전하지 못한 감정들을 다시금 일깨우는 치유의 시간을 갖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관람을 넘어 관객 개인의 삶과 작품이 연결되는 경험을 지향한다.

 

극 중 고모역은 단순한 장소의 개념을 넘어 인물들의 마음을 이어주는 핵심적인 매개체로 등장한다. 기차를 운전하는 기장이 고모역을 거쳐 가는 수많은 이들의 편지를 배달하는 설정을 통해, 역은 전하지 못한 추억과 감정이 머무는 정거장으로 묘사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단절된 마음을 연결하는 공간적 상징성은 극의 몰입도를 높이는 중요한 장치다. 고모역이라는 실제 공간에서 펼쳐지는 공연인 만큼 관객들은 장소가 주는 현장감을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이번 무대는 배우들의 목소리와 감미로운 음악이 결합한 낭독공연 형식으로 꾸며진다. 화려한 무대 장치 대신 섬세한 대사와 선율을 통해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데 집중했다. 특히 창작 뮤지컬과 연극 무대에서 탄탄한 실력을 쌓아온 배우 김현성이 출연하여 극의 완성도를 뒷받침한다. 낭독극 특유의 정적인 미학과 뮤지컬의 역동적인 음악이 어우러져 기존 공연과는 다른 독특한 예술적 체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제작을 맡은 이다은 대표는 이번 30분 분량의 낭독공연을 시작으로 향후 작품의 규모를 더욱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1시간 내외의 쇼케이스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는 정식 대형 뮤지컬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지역의 작은 기차역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하나의 완성된 공연 콘텐츠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은 지역 문화예술의 자생력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전망이다. 전석 무료로 진행되는 이번 공연은 고모역 복합문화공간을 통해 누구나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황지연못, 단오의 흥으로 물든다

로 건너가 아스텍 문명을 세웠다는 설과 튀르키예와의 혈연적 유대감 등 광범위한 역사적 담론을 배경으로 기획됐다. 태백은 백두대간의 중심이자 한강과 낙동강의 발원지로서 지질학적 가치는 물론, 우리 민족의 혼이 서린 성소로 평가받는다. 태백시문화재단은 이러한 역사적 상징성을 바탕으로 오는 19일부터 사흘간 황지연못 일대에서 시민과 관광객이 어우러지는 화합의 장을 펼친다.축제의 서막은 19일 황지연못에서 거행되는 용신제가 장식한다. 용신제는 물의 근원지에서 한 해의 풍년과 시민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전통 의례로, 태백단오가 지닌 본연의 의미를 되새기는 엄숙한 자리다. 이어지는 일정 동안에는 평소 접하기 힘든 전통혼례 시연과 청소년들의 성년의식례가 진행되어 관람객들에게 우리 고유의 예법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는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가족 공동체의 소중함과 성인이 되는 이들의 책임감을 공유하는 교육적 가치까지 담아내며 축제의 깊이를 더한다.공연 프로그램은 전통과 현대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버라이어티 쇼 형식으로 구성됐다. 20일 개막식에서는 '태백, 빛의 단오'라는 주제 공연이 펼쳐지며, 강원특별자치도립무용단의 우아한 춤사위와 지역 전통 소리인 태백아라레이가 무대를 채운다. 여기에 퓨전 국악 밴드와 클래식 오페라 공연이 더해져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풍성한 예술적 경험을 선사한다. 전문 예술 단체와 지역 예술인들이 함께 만드는 협업 무대는 태백의 문화적 역량을 대내외에 알리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마지막 날인 21일에는 아찔한 줄타기 공연과 하회별신굿탈놀이 등 국가 무형유산급 공연들이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 특히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한 비보잉 공연은 젊은 세대의 눈높이에 맞춘 파격적인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이와 함께 지역 국악 합주단과 밴드들의 무대가 이어지며 축제의 열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황지연못 주변은 전문 예술가들의 기량과 시민들의 흥겨움이 교차하는 거대한 야외 공연장으로 탈바꿈하여 단오의 역동적인 에너지를 발산한다.체험 프로그램 역시 단오의 세시풍속을 충실히 반영했다. 행사장 곳곳에서는 가훈 부채 만들기, 궁궁이 향주머니 제작, 떡메치기 등 손끝으로 전통을 느끼는 활동들이 운영된다. 방문객들은 전통 한복을 입고 행사장을 누비며 앵두화채와 단오 전통주를 시음하는 등 오감을 만족시키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러한 참여형 콘텐츠는 자칫 박제될 수 있는 전통문화를 현대인의 일상 속으로 끌어들여 생명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태백시는 이번 단오 축제를 통해 지역의 역사적 정체성을 확립하고 문화 도시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고대부터 이어온 '태백'이라는 이름의 무게에 걸맞게,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다. 황지연못의 맑은 물줄기처럼 면면히 이어져 온 우리 민족의 흥과 멋이 이번 태백단오를 통해 새롭게 피어나고 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예술적 혁신이 만난 이번 행사는 지역 축제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