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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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발레축제, 오늘 소극장서 개막

 무용수의 미세한 근육 움직임과 거친 숨소리를 바로 눈앞에서 마주할 수 있는 특별한 발레 무대가 관객들을 찾아온다. 11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펼쳐지는 '2026 제16회 대한민국발레축제' 소극장 공모 공연이 그 주인공이다. 이번 무대는 대규모 제작비와 화려한 무대 장치에 가려졌던 발레의 본질적인 움직임을 극대화하여 보여주는 자리로, 야구와 도깨비, 현대 사회의 계급 구조 등 우리 주변의 다채로운 소재를 발레의 언어로 재해석한 6편의 창작물이 무대에 오른다.

 

대한민국발레축제의 소극장 공모 부문은 그동안 민간 발레단과 독립 안무가들에게 소중한 창작의 장을 제공하며 국내 발레의 저변을 넓히는 데 기여해 왔다. 대형 공연장에 비해 무대와 객석의 거리가 가까운 소극장 공연은 관객들에게 발레를 보다 친숙하고 생동감 있게 전달하는 매력을 지닌다. 이러한 시도는 실제 수치로도 증명되어, 소극장 공연의 유료 객석 점유율은 2024년 83%에서 2025년 85%로 꾸준히 상승하며 창작 발레에 대한 대중의 높아진 관심을 입증하고 있다.

 


올해 축제는 엄격한 심사를 통과한 6개의 작품을 두 편씩 묶어 선보이는 '더블빌' 형식으로 구성해 관객들에게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축제의 포문을 여는 11일과 12일에는 아함아트프로젝트의 신작 '낫아웃'과 신현지 B PROJECT의 'HUMAN'이 무대에 오른다. 함도윤 안무가는 야구 규칙에서 영감을 얻어 실패 뒤에 찾아오는 재기의 용기를 그려냈으며, 신현지 안무가는 인간의 신체 조건을 넘어선 정신적 본질의 아름다움을 탐구하는 무대를 선사하며 관객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어지는 16일과 17일에는 한국적인 소재인 '도깨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두 작품이 무대를 채운다. 무브먼트 momm의 '도깨비의 춤'은 설화 속 존재를 통해 인간 내면의 욕망과 두려움을 투영하며, 녹색달의 '도깨비잔치'는 현대인의 불안을 위로하는 수호신으로서의 도깨비를 그려낸다. 전통적인 소재를 발레라는 서구적 형식에 결합한 이 무대들은 한국 창작 발레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며 관객들에게 신선한 예술적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축제의 후반부인 20일과 21일에는 움직임의 본질에 집중한 부산 아이디 발레단의 'Essential'과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프로젝트 클라우드 나인의 '드로셀마이어'가 대미를 장식한다. 이주호 안무가는 화려한 서사를 걷어내고 발레 고유의 미학적 움직임을 탐색하며, 김성민 안무가는 고전 소설과 발레를 결합해 현대 사회의 계급 차별 문제를 블랙코미디 형식으로 풀어낸다. 특히 '드로셀마이어'는 이미 여러 무대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바 있어 이번 소극장 무대에서의 재탄생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공연이 끝난 후에는 안무가와 무용수가 직접 참여하는 '관객과의 대화'가 마련되어 예술가와 관중 사이의 거리를 더욱 좁힌다. 김성훈, 유회웅, 윤전일 등 저명한 안무가들이 진행을 맡아 작품의 창작 의도와 뒷이야기를 나누며 관객들의 깊이 있는 이해를 도울 예정이다. 김주원 예술감독이 이끄는 이번 축제는 서울 공연을 마무리한 뒤 7월 춘천에서 열리는 갈라 공연으로 그 열기를 이어가며, 창작 발레의 향연을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교두보 역할을 수행한다.

 

 

 

해남 도솔암, 일출·일몰 한자리서 보는 '둘레길 명당'

고 북쪽 접경지역의 DMZ 평화의 길까지 연결된 이 거대한 길은 단순히 물리적인 선을 넘어선다. 오랫동안 끊겨 있던 해안 오솔길과 구불구불한 논두렁, 포구의 둑길을 하나로 이으며 국토가 간직해 온 유구한 역사와 인문학적 가치를 복원해내는 작업이다. 도보 여행자들은 이 길 위에서 우리 땅의 숨결을 가장 가까이서 느끼며 느림의 미학을 실천한다.아득한 전체 구간 중에서도 전남 강진과 해남을 관통하는 지점은 코리아둘레길의 백미로 꼽힌다. 이곳은 남해안을 따라온 남파랑길이 마무리되고, 서해안을 따라 올라가는 서해랑길이 새롭게 시작되는 상징적인 장소다. 대륙의 끝이자 바다의 시작인 이곳에서 여행자들은 비로소 한반도의 지형적 특성과 정체성을 온몸으로 체감한다. 끝과 시작이 맞물리는 이 구간은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 이들이나 새로운 다짐이 필요한 여행객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는 장소로 명성이 높다.해남의 도솔암은 이 여정에서 반드시 들러야 할 명당 중 하나다. 기암괴석 사이에 위태로운 듯 평온하게 자리 잡은 이 암자는 일출과 일몰을 한자리에서 모두 감상할 수 있는 보기 드문 지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새벽녘 바다 위로 솟아오르는 붉은 태양과 저녁 무렵 서해로 잦아드는 낙조를 동시에 품을 수 있다는 점은 도보 여행자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한다. 깎아지른 절벽 끝에서 마주하는 자연의 경이로움은 코리아둘레길이 선사하는 최고의 보상 중 하나다.인문학적 깊이를 더해주는 강진의 다산초당 역시 둘레길의 핵심 거점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유배 생활 동안 수많은 저서를 남기며 학문을 닦았던 이곳은 남도 길에 서린 고단한 역사와 선비 정신을 상징한다. 울창한 숲길을 지나 초당에 들어서면 선생이 직접 판 연못과 바위에 새긴 글귀들이 여행자를 맞이한다. 길은 단순히 걷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과거의 인물과 대화하며 현재의 나를 돌아보는 사유의 공간으로 확장된다.코리아둘레길의 완성은 지역 경제와 문화 보존 측면에서도 큰 의미를 지닌다. 소외되었던 작은 포구와 마을들이 길로 연결되면서 새로운 활력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각 지자체는 둘레길 이용객들을 위해 낡은 민박을 정비하고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걷기 도시락'을 개발하는 등 손님맞이에 한창이다. 여행자들은 길 위에서 만나는 주민들의 따뜻한 인심과 소박한 풍경을 통해 우리 국토에 대한 애착을 더욱 키워나간다.국토의 실핏줄을 따라 걷는 이 여정은 이제 전 국민의 버킷리스트로 자리 잡고 있다. 해안선을 따라 쉼 없이 이어지는 파도 소리와 산등성이를 타고 넘어오는 바람은 걷는 이의 피로를 씻어준다. 남파랑길의 끝자락에서 서해랑길의 첫발을 내딛는 순간, 여행자는 비로소 한반도라는 거대한 유기체의 일원임을 깨닫게 된다. 4,500km의 길 위에 새겨진 수많은 발자국은 오늘도 우리 국토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며 다음 여행자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