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스트

문화포스트

박현주 작가, 영은미술관서 '빛의 현존' 개최

 빛과 색채의 본질을 탐구하며 독자적인 조형 언어를 구축해 온 박현주 작가가 경기도 광주 영은미술관에서 개인전 ‘빛의 현존’을 선보인다. 오는 20일 개막하는 이번 전시는 작가가 오랜 시간 천착해 온 빛의 물질성과 정신성을 한자리에서 조망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작가는 금박을 활용한 초기 반입체 작업부터 최근의 평면 회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재료를 중첩하고 축적하며 완성한 예술적 궤적을 펼쳐 보인다. 단순한 시각적 재현을 넘어 존재의 근원을 파고드는 작가의 집요한 탐구 정신이 전시장 곳곳에 스며들어 관람객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박현주에게 빛은 단순한 물리적 현상이 아니라 부재와 결핍을 채우려는 그리움의 매개체다. 그는 작가 노트를 통해 빛과 색, 그리고 물질과의 대화가 존재의 본질에 다가가는 과정임을 고백한 바 있다. 이러한 철학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지점이 바로 ‘이너 라이트(Inner Light)’ 연작이다. 사각형 오브제 위에 금박과 안료를 입혀 빛의 반사와 확산을 극대화한 이 작업은 화면에 깊은 공간감을 부여한다. 관람객은 작품 앞에 서는 순간 물질 너머의 세계를 환기하는 빛의 움직임을 마주하며, 보이지 않는 차원을 감각적으로 체험하게 된다.

 


이번 전시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2021년 이후 영은미술관 레지던시에서 제작된 ‘빛 그림’ 연작이다. 수성 바탕지 위에 물감을 수없이 쌓아 올리는 이 작업은 작가가 보낸 인고의 시간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반복적인 축적 과정에서 형성된 색채의 층위는 화면에 묵직한 밀도를 더하며, 빛이 머무르고 스며드는 독특한 공간을 형성한다. 겹겹이 쌓인 물감 사이로 비치는 빛의 흐름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시간의 흔적을 추적하게 만들며, 색채의 본질에 대한 깊은 사유를 유도하는 심미적 경험을 선사한다.

 

작가의 작업 방식은 노동 집약적이면서도 명상적인 성격을 띤다. 재료를 중첩하고 축적하는 행위는 화면 위에 물리적 두께를 만드는 동시에 정신적인 깊이를 더하는 과정이다. 금박이라는 화려한 물질은 작가의 손길을 거쳐 정제된 빛으로 변모하고, 이는 평면 회화가 가진 한계를 넘어 입체적인 울림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독창적인 기법은 박현주가 한국 현대미술계에서 빛을 다루는 독보적인 작가로 자리매김하게 된 핵심 동력이다. 이번 전시는 그가 구축해 온 조형 언어가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박현주의 예술 세계는 국내외 유수의 교육 기관에서 다져진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한다. 서울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한 뒤 미국 뉴욕대학교와 일본 도쿄예술대학교 대학원에서 수학하며 동서양의 미학을 두루 섭렵했다. 그의 작품이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과 영은미술관 등 주요 기관에 소장된 것은 그가 제시하는 빛의 미학이 가진 공공성과 예술적 가치를 입증한다. 학문적 엄밀함과 예술적 직관이 조화를 이룬 그의 작업은 현대미술이 나아가야 할 물질성과 정신성의 결합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영은미술관의 푸른 자연과 어우러진 이번 전시는 관람객들에게 일상의 소란을 잠시 잊게 하는 고요한 휴식을 제공할 예정이다. 전시장 벽면을 채운 빛의 파동은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며 살아있는 현존의 순간을 증명한다. 작가가 캔버스 위에 정성스럽게 쌓아 올린 빛의 층위들은 이제 관람객의 시선과 만나 새로운 대화를 시작하려 한다. 박현주가 안내하는 빛의 세계는 존재의 근원을 향한 여정인 동시에, 우리 마음속에 잠재된 내면의 빛을 발견하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황지연못, 단오의 흥으로 물든다

로 건너가 아스텍 문명을 세웠다는 설과 튀르키예와의 혈연적 유대감 등 광범위한 역사적 담론을 배경으로 기획됐다. 태백은 백두대간의 중심이자 한강과 낙동강의 발원지로서 지질학적 가치는 물론, 우리 민족의 혼이 서린 성소로 평가받는다. 태백시문화재단은 이러한 역사적 상징성을 바탕으로 오는 19일부터 사흘간 황지연못 일대에서 시민과 관광객이 어우러지는 화합의 장을 펼친다.축제의 서막은 19일 황지연못에서 거행되는 용신제가 장식한다. 용신제는 물의 근원지에서 한 해의 풍년과 시민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전통 의례로, 태백단오가 지닌 본연의 의미를 되새기는 엄숙한 자리다. 이어지는 일정 동안에는 평소 접하기 힘든 전통혼례 시연과 청소년들의 성년의식례가 진행되어 관람객들에게 우리 고유의 예법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는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가족 공동체의 소중함과 성인이 되는 이들의 책임감을 공유하는 교육적 가치까지 담아내며 축제의 깊이를 더한다.공연 프로그램은 전통과 현대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버라이어티 쇼 형식으로 구성됐다. 20일 개막식에서는 '태백, 빛의 단오'라는 주제 공연이 펼쳐지며, 강원특별자치도립무용단의 우아한 춤사위와 지역 전통 소리인 태백아라레이가 무대를 채운다. 여기에 퓨전 국악 밴드와 클래식 오페라 공연이 더해져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풍성한 예술적 경험을 선사한다. 전문 예술 단체와 지역 예술인들이 함께 만드는 협업 무대는 태백의 문화적 역량을 대내외에 알리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마지막 날인 21일에는 아찔한 줄타기 공연과 하회별신굿탈놀이 등 국가 무형유산급 공연들이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 특히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한 비보잉 공연은 젊은 세대의 눈높이에 맞춘 파격적인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이와 함께 지역 국악 합주단과 밴드들의 무대가 이어지며 축제의 열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황지연못 주변은 전문 예술가들의 기량과 시민들의 흥겨움이 교차하는 거대한 야외 공연장으로 탈바꿈하여 단오의 역동적인 에너지를 발산한다.체험 프로그램 역시 단오의 세시풍속을 충실히 반영했다. 행사장 곳곳에서는 가훈 부채 만들기, 궁궁이 향주머니 제작, 떡메치기 등 손끝으로 전통을 느끼는 활동들이 운영된다. 방문객들은 전통 한복을 입고 행사장을 누비며 앵두화채와 단오 전통주를 시음하는 등 오감을 만족시키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러한 참여형 콘텐츠는 자칫 박제될 수 있는 전통문화를 현대인의 일상 속으로 끌어들여 생명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태백시는 이번 단오 축제를 통해 지역의 역사적 정체성을 확립하고 문화 도시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고대부터 이어온 '태백'이라는 이름의 무게에 걸맞게,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다. 황지연못의 맑은 물줄기처럼 면면히 이어져 온 우리 민족의 흥과 멋이 이번 태백단오를 통해 새롭게 피어나고 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예술적 혁신이 만난 이번 행사는 지역 축제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