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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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미앵 잘레, OTT 넘는 '몸의 반격'

 디지털 영상 매체가 안방극장을 점령한 시대에 공연예술은 어떤 가치를 지녀야 하는가. 벨기에 출신의 세계적인 안무가 다미앵 잘레와 일본의 시각예술 거장 나와 고헤이는 최근 서울 GS아트센터에서 선보인 협업 무대를 통해 이 질문에 대한 묵직한 해답을 내놓았다. 이들은 인간의 육체와 거친 물질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방식을 선택함으로써, 고해상도 화면이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원초적인 감각의 세계를 구축해냈다.

 

이번 공연의 중심축을 이룬 '플래닛[방랑자]'은 무용수들을 극한의 환경에 몰아넣는 일종의 거대한 실험실이었다. 무대는 반짝이는 검은 모래와 끈적이는 감자전분, 그리고 하늘에서 폭포처럼 쏟아지는 슬라임으로 가득 찼다. 무용수들은 이 이질적인 물질들 속에서 가라앉고 저항하며, 때로는 굳어가는 과정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잘레는 방황하는 인간의 본성을 고대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제목에 담아내며, 신체가 물질의 저항을 이겨내는 '회복탄력성'의 과정을 시각적으로 증명했다.

 


나와 고헤이의 시각적 미학은 무용수들의 움직임과 결합해 살아있는 조각을 만들어냈다. 박제 동물에 크리스털을 입히는 작업으로 유명한 그는 이번 무대에서도 물질의 질감을 극대화해 우주적이면서도 황폐한 대지의 이미지를 구현했다. 검은 모래를 뒤집어쓴 채 꿈틀거리는 무용수들의 몸은 생명 탄생의 경이로움과 소멸의 허무함을 동시에 자아냈다. 관객들은 정교한 CG 영상으로는 느낄 수 없는 육체의 질량과 거친 호흡을 현장에서 직접 목격하며 압도적인 몰입감을 경험했다.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 것은 세계 최초로 공개된 신작 '프리즘'의 쇼케이스였다. 특수 프리즘 시트가 부착된 투명 상자 안에서 무용수들은 빛의 굴절에 따라 여러 명으로 증식하거나 겹쳐 보였다. 이는 실제 인간의 몸이 디지털 영상처럼 분절되고 왜곡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지만, 그 기저에는 여전히 상자 밖을 갈구하는 인간의 원초적인 시선과 본능이 자리 잡고 있었다. 기술적 장치를 활용하면서도 결국 그 중심에는 '살아있는 인간'이 있음을 잊지 않은 연출이었다.

 


잘레와 나와의 협업은 2013년부터 이어져 온 예술적 신뢰의 결과물이다. 두 사람은 무용과 시각예술이라는 서로 다른 영역을 허물며 무대라는 공간을 입체적인 예술 작품으로 변모시켰다. 특히 이번 서울 공연은 영상물 '미스트' 상영과 신작 쇼케이스를 병행하며 이들의 예술적 연대기가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를 한눈에 보여주었다. 내년 독일에서 공식 초연될 '프리즘' 확장판에 대한 기대감이 벌써부터 고조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결국 이들이 보여준 예술적 승부수는 '비효율의 극치'에서 피어난 생명력이었다. 손가락 하나로 모든 이미지를 소비할 수 있는 OTT 시대에, 굳이 극장을 찾아 육체의 고통과 물질의 저항을 지켜보는 행위는 역설적으로 가장 인간다운 감각을 깨우는 의식이 된다. 찰나의 순간에 사라지는 무용수의 움직임과 땀방울은 복제 불가능한 예술의 가치를 다시금 일깨웠다. 기술이 아무리 인간을 모방해도 끝내 닿을 수 없는 영역은 바로 지금, 이 무대 위에 실재하는 육체의 실존이라는 사실을 이번 공연은 명확히 각인시켰다.

 

 

 

그랜드 하얏트, "MBTI 맞춰 호캉스 즐기세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MBTI(성격유형검사) 특성을 반영한 여름 호캉스 가이드를 기획했다. 그 첫 번째 사례로 25일 공개된 대상은 활동적이고 사교적인 'ESFP(자유로운 영혼의 연예인)' 유형이다. 호텔 측은 단순히 객실에 머무는 휴식에서 벗어나, 몸으로 직접 계절을 느끼고 에너지를 발산하는 것을 즐기는 이들의 특성을 고려해 유기적인 투숙 여정을 설계했다.ESFP 유형을 위한 추천 동선의 핵심은 호텔의 대표적 여름 명소인 야외 수영장이다. 남산의 울창한 녹음과 서울 도심의 스카이라인이 한눈에 들어오는 이곳에서 물놀이와 태닝을 즐기며 여름의 계절감을 만끽하도록 유도한다. 활동적인 일정을 마친 후에는 객실 내 욕조에서 배스 솔트를 이용해 피로를 풀고, '갤러리 파티오'로 이동해 남산의 풍경을 감상하며 재충전하는 흐름을 제안했다. 이는 경험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 ESFP의 성향을 공간의 유기적 연결로 풀어낸 결과다.장기 투숙 고객을 위해서는 호텔 내부를 넘어 인근 지역 상권과 연계한 로컬 경험까지 동선을 확장했다. 남산공원 산책로를 걷거나 트렌디한 편집숍과 라이프스타일 공간이 밀집한 한강진 거리에서 쇼핑과 미식을 즐기는 식이다. 호텔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넘어 투숙객이 머무는 지역 전체를 하나의 여행지로 인식하게 함으로써, 보다 풍성하고 입체적인 휴식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단순한 숙박 시설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큐레이터로서 호텔의 역할을 강조한 대목이다.MZ세대의 필수 문화인 SNS 인증과 야간 활동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해가 진 뒤에는 호텔 내 바인 'JJ 매호니'에서 음악과 칵테일을 즐기며 밤의 에너지를 소비하는 일정을 포함했다. 또한 다음 날 새벽 객실 창밖으로 펼쳐지는 서울의 일출 풍경을 타임랩스 영상으로 기록하는 등, 소중한 순간을 디지털로 남기고 공유하길 즐기는 젊은 층의 특성을 동선 곳곳에 녹여냈다. 투숙객의 사소한 행동 패턴까지 마케팅 요소로 활용한 셈이다.이러한 초개인화 마케팅은 갈수록 세분화되는 소비자들의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한 호텔업계의 생존 전략이다. 과거에는 모든 고객에게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표준화가 미덕이었다면, 이제는 개별 고객의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을 얼마나 정교하게 충족시키느냐가 브랜드 경쟁력을 좌우한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은 이번 ESFP 편을 시작으로 다른 MBTI 유형을 위한 맞춤형 가이드를 순차적으로 선보이며, 투숙객들에게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을 지속적으로 각인시킬 계획이다.호텔 관계자는 고객들이 자신의 성향에 가장 잘 맞는 방식으로 여름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이번 기획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단순한 침대와 조식을 파는 시대를 지나, 고객의 성격에 맞는 '시간의 흐름'을 설계해 주는 서비스가 호텔 마케팅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성격 유형에 따른 맞춤형 투숙 제안은 브랜드에 대한 친밀감을 높이는 동시에, 고객이 호텔 내 모든 시설을 골고루 이용하게 만드는 효율적인 공간 활용 전략으로도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