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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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매진 행렬, '신과 함께' 롱런 비결은?

 인생이라는 긴 여정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주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볼까. 대개는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순간에 이르러서야 지나온 날들을 파노라마처럼 떠올린다고들 하지만, 뮤지컬 '신과 함께_저승편'은 그 성찰의 시간을 무대 위로 당겨와 관객들에게 강력한 삶의 환기를 선사한다. 주호민 작가의 동명 웹툰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한 평범한 망자 김자홍이 저승에서 49일 동안 일곱 번의 재판을 거치는 과정을 그린다. 2시간 30분의 러닝타임 동안 관객들은 김자홍의 여정을 따라가며 익숙함에 가려졌던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극의 중심축은 어리숙하지만 열정 넘치는 국선 변호사 진기한과 그의 첫 의뢰인 김자홍의 지옥 재판기다. 평생을 성실하게 살아온 직장인 김자홍조차 저승의 엄격한 잣대 앞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과로로 인해 부모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것조차 불효라는 죄목으로 다뤄지는 지옥의 풍경은 관객들에게 서늘한 긴장감을 안긴다. 동시에 원귀를 쫓는 저승 삼차사의 이야기가 또 다른 줄기로 흐르며 극의 역동성을 더한다. 원칙을 중시하던 차사 강림이 인간적인 사연 앞에 고뇌하는 모습은 법과 정의, 그리고 인간애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이 작품이 가진 가장 큰 미덕은 무시무시한 지옥의 심판대 위에서도 인간성의 승리를 노래한다는 점이다. 김자홍은 자신의 사소한 잘못까지 솔직하게 고백하며 후회의 눈물을 흘리지만, 그를 향한 진기한의 무한한 신뢰는 마침내 구원의 열쇠가 된다. 저승차사들 역시 단순한 집행자가 아닌 억울함을 풀어주는 안내자로 묘사되며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깊은 울림을 준다. 김자홍의 여정이 과거를 돌아보게 한다면, 차사들의 서사는 현재의 나를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무대 연출과 음악적 완성도 역시 10년 넘게 사랑받은 비결이다. 공연장 중앙을 차지한 거대한 원형 무대는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들며 모든 생이 연결되어 있다는 철학적 메시지를 시각화한다. 특히 무대에 경사를 주어 배우들의 움직임에 역동성을 부여한 점이 인상적이다. 장면마다 인물의 감정선을 극대화하는 넘버들은 재미와 감동을 배가시키며, 서울예술단 특유의 절도 있고 화려한 군무는 작품의 예술적 품격을 한 단계 높여준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유연함은 '신과 함께'만의 매력이다. 지옥 세계의 상점들을 현실의 유명 브랜드를 패러디한 '다죽소', '죽었디야커피' 등으로 꾸민 재치는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며 극의 긴장을 적절히 조절한다. 이러한 디테일한 연출은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권선징징의 서사를 유쾌하고 대중적인 오락물로 탈바꿈시켰다. 덕분에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창작 뮤지컬로서의 독보적인 위치를 확립할 수 있었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 무대에서 관객들과 만났던 이번 시즌은 이제 지역 관객들을 찾아간다. 대학로 공연을 성황리에 마친 '신과 함께_저승편'은 오는 24일과 25일 양일간 화성예술의전당 동탄아트홀에서 그 감동의 여정을 이어갈 예정이다. 웹툰과 영화를 넘어 무대 예술만이 줄 수 있는 현장감과 깊이 있는 서사는 한국 창작 뮤지컬의 저력을 다시 한번 입증하며, 시대를 관통하는 고전의 반열에 올랐음을 증명하고 있다.

 

국경 넘은 밥도둑, 간장게장의 화려한 진화

식으로 꼽혔던 간장게장은, 최근 K-콘텐츠를 통해 접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반드시 도전해야 할 '미식 버킷리스트'로 급부상했다. 서울 여의도의 한 유명 게장 전문점에는 미국에서 온 MZ세대 여행객들이 방문해 숙성된 암꽃게의 맛에 감탄하며 한국인 못지않은 '먹방'을 선보이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미국인 관광객 제이다와 길리는 글로벌 여행 플랫폼을 통해 만난 한국인 호스트와 함께 3대째 내려오는 전통 게장 맛집을 찾았다. 7일간 저온 숙성한 꽃게와 정갈한 방짜유기에 담긴 상차림은 이들에게 단순한 식사를 넘어 하나의 문화적 충격으로 다가왔다. 처음에는 생소한 생게의 비주얼에 주춤하기도 했으나, 게살을 밥에 비벼 감태에 싸 먹는 한국식 식사법을 배우며 이내 간장게장 특유의 깊은 감칠맛에 매료되었다. 이들은 이번 경험을 한국 여행 중 최고의 모험이자 추억으로 꼽으며 한식의 깊이에 찬사를 보냈다.간장게장의 열풍은 이웃 나라 일본에서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도쿄의 세련된 미식 거리인 가쿠라자카에는 서해안 꽃게를 직접 공수해 게장을 담그는 전문점 '쿠다라'가 등장해 현지 미식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지 포브스에 기고하는 일본의 유명 미식 전문 기자 미야코 씨는 이곳에서 게장을 맛본 뒤 연신 "오이시(맛있다)"를 외치며 감탄했다. 특히 게딱지에 밥을 비벼 먹는 방식은 일본인들이 중시하는 '우마미(감칠맛)'의 정수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으며 현지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일본 현지의 간장게장은 한국의 전통 공정에 일본의 정교한 장류 기술이 더해져 한층 진화한 모습을 보인다. 현지 식당에서는 한국에는 없는 밀로 만든 백간장 등 게장과 어울리는 최적의 장류를 과학적으로 선별해 사용한다. 여기에 서해 변산반도에서 항공편으로 신속하게 공수한 최상급 꽃게와 일본의 명품 쌀인 고시히카리로 지은 밥이 조화를 이루며 "한국보다 더 맛있다"는 극찬을 끌어내기도 한다. 이는 한국의 식재료와 일본의 미식 인프라가 만나 새로운 미식 경험을 창조한 사례로 주목받는다.맛의 핵심인 꽃게의 선도 관리 또한 글로벌 수준으로 격상되었다. 변산반도의 젊은 선장이 조업한 꽃게를 선상에서 즉시 급랭 처리해 조직감을 보존하고, 이를 신속하게 일본 주방으로 전달하는 물류 시스템이 뒷받침되고 있다. 이러한 철저한 원재료 관리는 비린내에 민감한 외국인들의 거부감을 없애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다. 전통적인 손맛에 현대적인 위생 관리와 물류 혁신이 더해지면서 간장게장은 이제 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고품격 요리로 거듭나고 있다.간장게장의 세계화는 단순히 음식 한 가지가 알려지는 것을 넘어, 한국의 발효 문화와 식사 예절이 전파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놋그릇에 담긴 정성과 게장을 매개로 낯선 이들이 친구가 되는 과정은 한식이 가진 소통의 힘을 증명한다. 바다를 건너 일본의 미식가들을 울리고 서구의 젊은 세대에게 즐거움을 주는 간장게장은, 이제 한국인만의 소울푸드를 넘어 전 세계인이 공유하는 '글로벌 밥도둑'으로서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