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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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서 만나는 인간순례, 존재의 층위 응시

 인간 존재의 근원을 파헤치는 거친 붓질과 내면의 향기를 투명한 유리로 빚어낸 섬세한 손길이 올여름 미술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평택 베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김희곤의 개인전 ‘인간순례’는 고정된 관념을 해체하며 인간의 형상을 다시 묻는 파격적인 시도로 관람객을 압도한다. 작가는 캔버스를 찢고 긁어내는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단순히 외형을 무너뜨리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이면에 숨겨진 상처와 욕망, 그리고 생성과 소멸이 뒤섞인 인간의 복잡한 층위를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이번 전시는 대형 회화 시리즈를 비롯해 드로잉과 조각, 설치, 영상 등 무려 200여 점의 작품이 베아트센터 전관을 가득 채우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기획되었다. 개별 작품의 나열을 넘어 전시장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순례 경로로 구축한 것이 특징이다. 관람객들은 벽면을 가득 채운 드로잉 설치물과 입체 작업 사이를 걸으며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온몸으로 마주하게 된다. 작가는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기보다 조형 언어 전체를 동원해 존재에 대한 사유의 장을 펼쳐 보인다.

 


김희곤이 인간의 외연을 해체하며 본질에 다가간다면, 서울 종로 아트스페이스 퀄리아에서 열리는 권성경의 개인전 ‘서향(序香)’은 보이지 않는 향기를 매개로 내면의 기억과 관계를 탐구한다. 작가는 작은 향병의 형태를 빌려 가장 귀한 향유를 깨뜨려 향기를 전했다는 성경 속 장면을 현대적 조형미로 재해석했다. 손바닥 안에 들어오는 작은 유리병들은 단순한 장식품을 넘어, 관람객을 위로와 성찰의 순간으로 이끄는 통로가 되어준다.

 

전시의 핵심 재료인 유리는 뜨거운 불꽃의 시간을 견뎌내고 단단해지는 속성을 통해 인간의 성장을 상징한다. 고려청자의 미감을 살린 초기작부터 자개의 영롱한 빛을 품은 신작까지, 작품들은 저마다의 빛과 기록을 머금고 있다. 특히 진주와 자개의 화이트 톤을 강조한 최신작들은 향병의 밀도를 공간 전체로 확장하며 시각적 평온함을 선사한다. 투명한 유리 표면 위에 정교하게 수놓인 자개의 선들은 우리 삶을 지탱하는 인연의 끈처럼 부드럽게 번져 나간다.

 


두 전시는 서로 다른 매체와 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결국 인간이라는 존재를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할 것인가라는 공통된 주제 의식을 공유한다. 김희곤이 거대한 순례의 길을 통해 존재의 무게를 성찰하게 한다면, 권성경은 투명한 유리병 속에 담긴 빛과 향을 통해 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거친 파괴와 섬세한 창조라는 상반된 조형 세계는 동시대 미술이 인간을 위로하고 탐구하는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여름의 정점에서 만나는 이 두 전시는 관람객들에게 각기 다른 방식의 사유를 제안하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평택의 광활한 순례 경로와 서울의 고요한 향기 속에서 관객들은 잊고 지냈던 자아의 얼굴과 내면의 빛을 다시 발견하게 된다. 김희곤의 전시는 오는 14일까지, 권성경의 전시는 18일까지 이어지며 예술을 통해 인간 존재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자 하는 이들에게 소중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통영 가면 꼭 봐야 할 낙조, 달아공원 새 단장

다 위에 드리운 은은한 달빛이 아름다워 예부터 문인들의 사랑을 받아온 명소다. 이곳은 통영 내에서도 낙조가 가장 아름답기로 정평이 나 있어, 해 질 녘이면 수평선 너머로 저무는 태양을 배웅하려는 여행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맑은 날 이곳에서 마주하는 일몰은 다도해의 섬들 사이로 붉은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장관을 연출하며 보는 이의 가슴을 뜨겁게 달군다.최근 달아공원은 국립공원공단과의 협력을 통해 대대적인 새 단장을 마쳤다. 지난해 말 완료된 전망대 정비 사업은 기존의 시야 방해 요소를 제거하고 전망 데크의 높이를 상향 조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덕분에 방문객들은 사량도와 욕지도 등 남해의 보석 같은 섬들을 가로막는 것 없이 한눈에 담을 수 있게 됐다. 탁 트인 시야 확보로 인해 낙조의 몰입감은 한층 깊어졌으며, 이는 곧 통영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차별화된 시각적 경험을 제공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해가 완전히 수평선 아래로 몸을 숨기면 통영의 중심부인 강구안은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하기 시작한다. 낮 동안 활기 넘치던 항구는 밤이 깊어짐에 따라 화려한 빛의 옷으로 갈아입는다. 바다 위에 정박한 거북선과 판옥선은 은은한 조명을 받아 고요하면서도 위엄 있는 호국의 자태를 뽐낸다. 과거의 역사적 상징물들이 현대적인 조명 예술과 어우러지며 만들어내는 강구안의 밤 풍경은 통영만이 가진 독특한 서사를 시각적으로 완성한다.강구안의 야경이 이토록 입체적으로 변모한 데는 통영시의 과감한 투자가 뒷받침되었다. 약 80억 원 규모의 야간 경관 개선 사업을 통해 강구안 일대는 빛의 예술 공간으로 거듭났다. 특히 바다를 가로지르는 보도교인 ‘강구안 브릿지’는 이번 사업의 백미로 꼽힌다. 럭비공을 반으로 자른 듯한 유려한 곡선미를 자랑하는 이 다리는 밤마다 무지갯빛 조명을 내뿜으며 바다 위에 환상적인 빛의 길을 만들어낸다. 다리 위를 거닐며 감상하는 항구의 야경은 여행자들에게 잊지 못할 낭만을 선사한다.빛의 개선은 단순히 시각적 즐거움에 그치지 않고 지역 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야간 경관이 화려해지면서 강구안 주변 상권은 밤늦게까지 활기를 띠고 있으며, 체류형 관광객의 비중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통영시는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야간 관광 특화 도시로서의 브랜드를 더욱 공고히 할 계획이다. 자연이 주는 선물인 낙조와 인간이 빚어낸 빛의 예술인 야경이 조화를 이루며 통영은 명실상부한 '빛의 도시'로 자리매김했다.달아공원에서 시작된 붉은 감동은 강구안의 화려한 조명으로 이어지며 통영 여행의 대미를 장식한다. 낮보다 아름다운 밤을 선사하는 통영의 변신은 올여름 휴가객들에게 완벽한 힐링의 시간을 제공하고 있다. 붉게 물든 바다와 무지갯빛 항구를 동시에 만끽할 수 있는 통영의 빛의 이중주는, 일상을 떠나온 이들에게 가장 화려하고도 따뜻한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