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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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 다시 부른다, 거장 윤형근의 귀환

 한국 현대미술의 정신적 지주이자 단색화의 거목으로 추앙받는 윤형근 화백의 예술 세계를 입체적으로 조망하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서울 종로구 PKM갤러리는 작가의 서교동 자택 개관을 기념하는 특별전 '윤형근을 다시 상상하다'를 개최하며 1970년대부터 작고 직전인 2000년대까지의 핵심 걸작 30여 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작품 나열을 넘어, 굴곡진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며 '삶이 곧 예술'이라는 신념을 지켜낸 거장의 발자취를 추적하는 데 집중한다.

 

전시의 포문을 여는 것은 작가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천지문(天地門)' 연작이다. 윤형근은 땅의 색인 엄버(Umber)와 하늘의 색인 블루(Blue)를 섞어 오묘한 검은빛 기둥을 세우고, 그사이의 여백을 문으로 형상화하며 독자적인 미학을 구축했다. 이는 1970년대 유신 독재 시절 투옥과 제적 등 개인적인 고초를 겪으며 도달한 절제의 미학이다. 화려한 색채를 걷어내고 본질에 집중한 그의 화면은 시대의 아픔을 묵묵히 견뎌낸 작가의 단단한 내면을 투영하고 있다.

 


작가의 예술적 뿌리를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인 서교동 '윤형근의 집'은 오는 9월 1일부터 대중에게 처음으로 문을 연다. 이곳은 장인 김환기 화백으로부터 물려받은 터에 윤형근이 직접 건축 과정 전반에 참여해 지은 집으로, 그가 타계할 때까지 머물렀던 삶의 궤적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 1층 작업실 바닥에는 캔버스를 눕혀 작업하며 남긴 물감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어, 거장이 붓을 휘두르던 당시의 생생한 현장감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집안 곳곳에는 윤형근의 예술적 취향과 인간적인 면모가 깃들어 있다. 2층 주거 공간에는 그가 아꼈던 고가구와 도자기, 추사 김정희의 현판이 놓여 있으며, 미니멀리즘의 대가 도널드 저드와의 인연을 보여주는 조각 작품도 전시되어 있다. 특히 아내 김영숙 여사를 기리는 내실과 가족사진, 김환기 화백이 보낸 친필 서신 등은 거장의 화려한 명성 뒤에 숨겨진 소박하고 따뜻한 인간 윤형근의 체취를 느끼게 한다.

 


윤형근의 예술적 영향력은 국내를 넘어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다. 이번 국내 전시와 발맞춰 오는 10월에는 뉴욕 저드 파운데이션에서 대규모 초대전이 열릴 예정이다. 이는 1993년 도널드 저드가 생전에 윤형근을 뉴욕으로 초대했던 역사적 교류를 기념하는 자리로, 단색화가 지닌 보편적 가치를 국제 무대에 다시 한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테이트 모던과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이 그의 작품을 소장한 이유를 증명하는 행보이기도 하다.

 

예술을 생활의 흔적이라 정의했던 윤형근은 2007년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붓을 놓지 않았다. 이번 프로젝트는 그가 남긴 캔버스와 그가 숨 쉬던 공간을 연결함으로써, 한 예술가가 자신의 삶을 어떻게 작품으로 승화시켰는지를 완벽하게 보여준다. 관람객들은 갤러리의 정제된 공간과 서교동 자택의 생활 공간을 오가며, 한국 단색화가 도달한 가장 깊고 고요한 경지를 마주하게 된다.

 

성수동 넘어 건대까지, 팝업 성지 지도 바뀐다

어 방문이나 특정 지역의 맛집을 찾아 떠나는 '빵지순례', 개성을 드러내는 '꾸미기' 열풍이 단순한 유행을 넘어 강력한 상권을 형성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서울의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대전, 김천, 양양 등 전국으로 확산하며 침체된 지역 경제를 살리는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중이다.서울의 경우 성수동이 있는 성동구가 경험 마케팅의 절대적인 중심지로 군림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서울 전체에서 열린 팝업스토어 4건 중 1건이 성동구에 집중될 정도로 그 열기가 뜨겁다. 특히 성수동의 핵심 상권인 연무장길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팝업 열풍은 서울숲과 뚝섬을 넘어 동쪽인 건대입구까지 확장되는 양상이다. 이는 브랜드들이 단순히 제품을 노출하는 것을 넘어, 소비자에게 얼마나 차별화된 공간 경험을 선사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는 점을 시사한다.실제로 경험과 소비가 결합했을 때 발생하는 경제적 시너지는 수치로도 입증된다. 부동산 컨설팅 업체의 분석에 따르면 성수동 상권의 단위 면적당 매출은 전통적인 강자인 강남을 압도하고 있다. 패션 업종의 경우 성수의 평당 매출이 강남보다 3.8배나 높았으며,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역시 성수가 강남을 크게 앞질렀다. 이는 소비자들이 단순히 접근성이 좋은 곳보다 자신이 직접 체험하고 즐길 거리가 풍부한 곳에서 지갑을 더 기꺼이 연다는 사실을 보여준다.지역 상권 역시 고유의 콘텐츠를 무기로 외지인을 불러모으고 있다. 대전은 성심당이라는 강력한 IP를 활용해 전국적인 '빵지순례'의 메카로 자리 잡았다. 통계에 따르면 대전의 외지인 방문객과 관광 소비 증가율은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고 있으며, 특히 성심당 본점이 위치한 중구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김천 또한 지역 특색을 살린 김밥축제를 통해 인구수를 뛰어넘는 인파를 끌어모으며 문화관광축제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는 등 콘텐츠의 힘을 증명해냈다.강원 양양과 충남 예산 역시 경험 소비의 수혜를 톡톡히 입은 지역들이다. 서핑의 성지로 불리는 양양은 성수기 체류 인구가 등록 인구의 27배에 달하며 강원도 전체 카드 사용액의 절반 이상을 견인하는 기염을 토했다. 예산시장 또한 백종원 대표의 더본코리아와 협업한 대대적인 정비 이후 2030 세대의 필수 방문 코스로 급부상했다. 재개장 이후 누적 방문객 1000만 명을 돌파하며 죽어가던 전통시장이 어떻게 경험의 성지로 부활할 수 있는지를 몸소 보여주었다.전문가들은 앞으로 소비자 경험 설계 능력이 브랜드와 지역의 생존을 결정짓는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소비자들의 관심사가 빠르게 변하고 유사한 경험에는 쉽게 실증을 느끼는 특성상, 상품이나 지역 고유의 매력을 체감할 수 있는 정교한 기획이 필수적이다. 결국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단 하나뿐인 경험'을 제공하는 곳만이 치열한 상권 경쟁에서 살아남아 지속적인 성장을 구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