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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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판의 현대적 반란…서울시무용단 '무감서기'

 하얀 고깔을 깊게 눌러쓴 무용수가 정적을 깨고 무대 위로 발을 내디뎠다. 겹겹이 두른 흰 옷자락을 하나씩 벗어 던지며 허공을 향해 흰 천을 뿌리는 동작은 전통 살풀이의 정서를 품고 있으면서도, 그 궤적은 현대적인 세련미를 물씬 풍겼다. 무대 위를 채우는 소리꾼의 애절한 음성은 무용수의 거친 호흡과 맞물려, 마치 실제 굿판의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한 생생한 현장감을 자아냈다.

 

지난 27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공개된 서울시무용단의 신작 ‘무감서기’(Gut: Whispering Steps) 오픈 리허설 현장은 전통의 파격적인 변신을 목격하려는 열기로 가득했다. 이번 작품은 서울굿의 마지막 단계에서 의뢰인이 무녀의 옷을 빌려 입고 직접 춤을 추는 행위인 ‘무감서기’를 모티브로 삼았다. 45명에 달하는 무용수가 펼치는 거대한 군무는 굿이 가진 장엄한 에너지와 생동감을 현대 무용의 언어로 새롭게 번역해낸다.

 


이날 리허설에서는 전체 12개 마당 중 황, 청, 적, 백의 눈물로 명명된 네 개의 핵심 장면이 시연되었다. 무속 신앙의 오방색을 인간의 감정과 연결한 이번 신작은 기무간, 최태헌, 박정훈 등 주목받는 안무가들이 대거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현장에 초청된 관객들은 무용수들의 미세한 떨림 하나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듯 숨을 죽였으며, 시연이 끝난 뒤에는 창작진을 향해 날카로우면서도 애정 어린 질문을 쏟아내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윤혜정 서울시무용단장은 이번 작품이 단순한 종교적 재현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그는 무감서기의 진정한 의미가 타인이나 신비로운 힘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직시하고 해결하려는 주체적인 의지에 있다고 설명했다. 즉, 굿이라는 형식을 빌려 현대인이 겪는 고통과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고 회복해 나가는 과정을 다섯 가지 색깔의 눈물로 형상화한 것이다.

 


전통 한국무용을 전공한 단원들이 컨템퍼러리 댄스에 도전하는 것에 대한 세간의 우려에 대해서도 윤 단장은 확신에 찬 답변을 내놓았다. 수십 년간 다져온 전통의 기초가 없었다면 이러한 현대적 움직임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철저하게 계산된 군무의 합 속에서도 무용수 개개인의 개성이 분출되는 즉흥적인 지점들이 조화를 이루며, 서울시무용단만이 보여줄 수 있는 독보적인 에너지를 만들어냈다.

 

전통 굿의 제의적 형식과 현대 무용의 자유로운 표현이 만난 ‘무감서기’는 오는 9월 10일부터 13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가장 어두운 흑의 눈물에서 시작해 온전한 해소에 이르는 백의 눈물까지, 무대 위에서 펼쳐질 치유의 여정은 관객들에게 한국 무용의 새로운 지평을 확인시켜 줄 것으로 기대된다. 굿의 호흡을 현대적 감각으로 깨운 이번 초연은 올가을 공연계의 가장 강렬한 잔상을 남길 준비를 마쳤다.

 

추석 연휴, 멀리 안 간다? 근거리 여행지 대세

, 국내 여행지에 대한 관심도가 해외 여행지보다 훨씬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연휴를 2주 앞둔 시점에서 국내 숙소 검색량은 이전 대비 160%나 급증하며, 38% 증가에 그친 해외 검색량을 압도했다. 이는 긴 이동 시간과 비용 부담을 줄이면서도 연휴의 여유를 만끽하려는 실속파 여행객들이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해외 여행지 중에서는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일본의 인기가 독보적이다. 특히 비행시간이 약 1시간 30분에 불과한 후쿠오카가 검색 순위 1위를 차지했으며 도쿄와 오사카가 그 뒤를 이었다. 일본 외에도 베트남의 다낭과 나트랑이 상위 5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휴양과 문화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중단거리 지역에 대한 선호도를 증명했다. 짧은 연휴 기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는 심리가 반영된 결과다.후쿠오카의 인기 비결에는 편리한 접근성뿐만 아니라 항공사들의 공격적인 노선 증편도 한몫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인천~후쿠오카 노선을 확대 운항하기로 했으며, 부산발 후쿠오카 노선 역시 증편을 앞두고 있어 여행객들의 선택 폭이 넓어졌다. 이러한 공급 확대는 항공권 가격 안정화로 이어져 추석 기간 일본을 찾는 발길을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가까운 거리 덕분에 연차를 쓰지 않고도 다녀올 수 있다는 점이 직장인들에게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했다.국내에서는 제주도가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켰다. 제주 지역 숙소 검색량은 131% 증가하며 여전한 인기를 과시했다. 이어 부산과 서울이 상위권을 형성한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지역은 강원도 속초다. 속초는 검색량이 무려 324%나 폭증하며 국내 여행지 중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다. 산과 바다, 호수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에 미식 콘텐츠까지 더해지면서 여행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보인다.속초의 부상은 실제 소비 데이터로도 증명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속초 지역 내국인 관광 소비액은 지난해보다 8.2% 증가하며 지역 경제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5위를 차지한 경주 역시 KTX 및 KTX-이음 노선의 경주역 경유 편수가 늘어나는 교통 호재를 맞이했다. 역사 유적지라는 전통적인 강점에 접근성까지 개선되면서 가을철 가족 단위 방문객이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여행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추석 트렌드를 '근거리 지향형 휴식'으로 정의한다. 아고다 한국 지사 측은 여행객들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합리적인 가격의 숙박과 액티비티를 통해 국내외 어디서든 효율적인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물가 상황 속에서도 여행에 대한 욕구는 여전히 높지만, 대규모 지출보다는 가까운 곳에서 확실한 행복을 찾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국내 관광지와 중단거리 해외 노선의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