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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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과 명상을? 불교박람회 '펫' 파격

 대구 엑스코가 전통의 향기와 첨단 기술, 그리고 생명 존중의 가치가 어우러진 거대한 문화의 장으로 탈바꿈한다. 오는 11일부터 나흘간 펼쳐지는 '2026 대한민국 불교문화엑스포'는 다섯 번째를 맞아 종교적 틀을 과감히 깨뜨린 파격적인 시도를 선보인다. 이번 행사는 대구와 경북 지역이 보유한 유구한 불교 자산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가공하여, 특정 종교인들만의 잔치가 아닌 전 세대가 공유할 수 있는 복합 문화 축제로 기획되었다. 무엇보다 기술과 전통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가장 화제를 모으는 대목은 국내 최초로 도입된 반려동물 동반 입장 시스템이다. '펫 프렌들리'를 표방한 이번 박람회는 반려견과 함께하는 요가와 명상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생명 평등의 불교 정신을 실천적 모델로 제시한다. 반려동물을 동반한 방문객에게는 무료 입장 혜택이 주어지며, 전용 부스에서는 스님들이 직접 개발에 참여한 사찰식 반려견 간식과 친환경 아로마 용품이 소개된다. 이는 1,500만 반려 가구 시대에 발맞춰 불교가 대중의 일상 속으로 얼마나 깊숙이 유연하게 다가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개막식 역시 예사롭지 않다. 인공지능 기술이 집약된 인간형 로봇 스님 '가비'가 등장해 주요 내빈들과 함께 테이프 커팅에 나선다. 가비는 단순한 전시용 로봇을 넘어 불교적 지혜를 학습한 AI로, 전통적인 수행 방식과 미래 기술의 조화로운 공존을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첨단 로봇이 가사를 수하고 대중 앞에 서는 모습은 보수적일 것만 같았던 종교 문화가 디지털 전환 시대를 맞아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장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박람회의 핵심 주제인 '색즉시공 공즉시색'은 '공놀이'라는 친숙한 놀이 문화로 치환되어 대중과 만난다. 229개의 부스가 참여하는 이번 전시에서 관람객들은 '공뽑기'와 '공수거' 체험을 통해 불교의 난해한 철학적 개념인 '공(空)'을 몸소 체득한다. 행운의 동전으로 뽑은 공 속에는 현대인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으며, 자신의 번뇌를 담아 공을 봉안하는 과정은 일종의 심리 치유 퍼포먼스로 작용한다. 철학적 사유를 오감을 활용한 놀이로 풀어낸 기획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전시장 한편에는 지역을 대표하는 스포츠 스타들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전시 공간이 마련된다. 삼성라이온즈의 구자욱과 원태인, KIA 타이거즈의 최형우를 비롯해 대구FC의 세징야 등 종목을 막론한 스타들이 작성한 희망 메시지가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이들은 각자의 신념을 담아 시민들에게 응원의 문구를 남겼으며, 이는 불교 예술전 및 사찰음식 시연회와 어우러져 축제의 풍성함을 더한다. 유명인들의 참여는 불교 문화에 대한 심리적 문턱을 낮추고 대중적인 관심을 유도하는 기폭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스님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는 '스담스담' 토크콘서트는 현대인들의 마음속 응어리를 풀어주는 소통의 창구가 된다. 취업과 연애, 인간관계 등 일상의 고민을 스님과 나누며 위안을 얻는 이 프로그램은 명상과 독경이 결합된 참여형 콘텐츠로 운영된다. 대구시는 이번 엑스포가 신라 불교의 본향인 지역의 문화적 자부심을 고취하는 동시에, 시민들이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정신적 휴식을 취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모든 준비를 마친 엑스코 전시장은 이제 새로운 불교 문화의 지평을 열 관람객들의 발길을 기다린다.

 

수만리 습지, 파괴 딛고 생태 보고로 부활

과 어우러져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시킨다. 이곳은 병자호란 당시 의병을 일으켰던 백천 류함의 충절이 깃든 장소로, 탐방객들은 정자에 올라 호수를 바라보며 난세 속에서 선비가 지켰던 대의를 되새긴다. 류함이 남긴 격문 속에는 나라를 구하고자 했던 절박한 심경과 호남의 의로운 정신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 단순한 풍경 이상의 무게감을 전달한다.발걸음을 옮겨 도착한 무돌길 11길의 큰재는 과거와 현재의 삶이 교차하는 길목이다. 무등산 자락 깊은 곳에 위치한 이 고개는 예부터 산촌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광주와 화순을 오가던 소중한 통로였다. 해발 고도가 높은 탓에 겨울철이면 접근이 어려웠던 험로였으나, 오늘날에는 무등산 남사면의 웅장한 능선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조망점으로 변모했다. 고개 마루에서 내려다보이는 수만리 일대의 비경은 '한국의 알프스'라는 별칭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이국적이면서도 평화로운 정취를 자아낸다.큰재 아래 펼쳐진 수만리 생태공원은 인간의 손길로 빚어낸 자연의 휴식처다. 편백나무 숲과 습지원이 조화롭게 배치된 이곳은 맨발 걷기 길과 데크 산책로가 잘 갖춰져 있어 숲이 주는 치유의 힘을 온몸으로 느끼기에 충분하다. 특히 빽빽하게 들어선 편백나무 군락은 한여름의 무더위를 식혀주는 시원한 숲 터널을 형성하며 탐방객들에게 여유를 선사한다. 마을 주민들의 생활로였던 이 길은 이제 도시민들의 지친 심신을 달래주는 생태 관광의 핵심 기지로 자리매김했다.해발 409m에 위치한 중지마을은 무등산의 품에 가장 깊숙이 안긴 마을 중 하나다. 18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이 마을은 외지인 없이 고향을 지키는 주민들이 다랑이논을 일구며 살아온 삶의 터전이다. 마을 정자에서 만난 주민들은 과거 산비탈을 깎아 벼농사를 짓던 고단했던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길손을 반긴다. 장불재로 향하는 길목에 자리한 덕분에 중지마을은 예나 지금이나 무등산을 오가는 사람들의 쉼터이자 역사를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중지마을을 지나 너와나목장 방향으로 향하면 자연의 놀라운 회복력을 목격하게 된다. 과거 흑염소 방목으로 인해 황폐해졌던 산비탈은 국립공원공단의 끈질긴 복원 노력 끝에 다시 생명의 습지로 거듭났다. 2022년부터 시작된 지형 복원과 자생식물 식재 사업은 훼손된 식생을 되살렸고, 이제는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는 건강한 생태계의 보고가 되었다. 다랑이논의 흔적을 간직한 채 본래의 모습을 되찾은 습지는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교육장이다.초여름 햇살을 머금은 숲길은 완만한 내리막을 지나 용연마을 정자에서 그 여정을 마무리한다. 활엽수 잎사귀 사이로 불어오는 산바람은 환산정에서 시작해 큰재를 넘어온 탐방객들의 땀방울을 씻어준다. 역사 속 선비의 절개와 험준한 고개를 넘던 민초들의 삶, 그리고 파괴된 자연을 되살려낸 현대의 노력이 무돌길이라는 하나의 선 위에 촘촘히 엮여 있다. 길 위에서 만난 풍경과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은 채 다시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준비를 마친 용연마을의 고즈넉한 풍경 속으로 잦아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