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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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은어다리 야간 개장, 오늘부터 '황금빛 노을'

 강원도로 향하는 길목에서 만나는 울진의 해파랑길은 25코스에 접어들며 그 웅장함이 절정에 달한다. 기성버스터미널에서 수산교까지 이어지는 23km의 대장정은 울진 구간 중 가장 긴 거리를 자랑하지만, 그만큼 보상과 같은 절경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조선 숙종이 '관동제일루'라는 친필 현판을 내릴 정도로 극찬했던 망양정은 이 코스의 핵심이다. 정자에 올라 바라보는 동해는 왕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수백 년 전의 푸름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인근 망양정 휴게소에서 내려다보는 압도적인 해안 파노라마는 도보 여행자들에게 잊지 못할 휴식을 선사한다. 특히 코스의 종착지인 수산교 부근은 민물인 왕피천과 짠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역 특유의 수려한 경관을 뽐내며 자연의 신비를 드러낸다.

 

이어지는 26코스는 수산교를 출발해 죽변항으로 향하는 13km의 여정으로, 울진의 현대적 감각과 전통적 맛이 공존하는 길이다. 남대천 하구에 자리 잡은 '울진은어다리'는 이 코스의 상징적인 랜드마크다. 회귀하는 은어를 형상화한 거대한 조형물이 다리 양 끝을 지키고 있는 이곳은 노을이 질 무렵 황금빛으로 물드는 풍경이 일품이다. 은어다리를 지나 만나는 연호공원은 호수를 감싸는 울창한 숲과 데크 산책로가 어우러져 잠시 숨을 고르기에 제격이다. 평온한 공원을 뒤로하고 발걸음을 옮기면 대게의 고장이자 곰치국의 진미를 맛볼 수 있는 죽변항이 여행객의 허기를 달래줄 준비를 마친 채 기다리고 있다.

 


울진 해파랑길의 마지막 장을 장식하는 27코스는 죽변항에서 고포마을까지 이어지는 11km의 짧지만 강렬한 구간이다. 죽변항 뒤편 언덕에 서 있는 죽변등대는 1910년부터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동해의 길잡이 역할을 해온 역사의 증인이다. 등대 아래로는 해안 절벽을 따라 키 작은 대나무인 시릿대가 터널을 이루는 '용의 꿈길' 산책로가 펼쳐진다. 대나무 잎이 바람에 부딪히는 서늘한 소리와 깎아지른 절벽 아래서 들려오는 거친 파도 소리가 어우러지는 이 길은 해파랑길 전체를 통틀어 가장 서정적인 구간으로 평가받는다.

 

'용의 꿈길'이 끝나는 지점에는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붉은 지붕이 인상적인 드라마 '폭풍속으로' 촬영 세트장이 나타난다. 절벽 위에 아슬아슬하게 자리 잡은 이 집은 이제 울진을 찾는 관광객들이 반드시 거쳐 가는 필수 포토존이 되었다. 세트장에서 내려다보는 하트 모양의 해변은 연인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코스의 종점이자 울진의 끝자락인 고포마을은 예부터 임금님의 수라상에 올랐던 돌미역의 산지로 유명하다. 마을 전체에 은은하게 퍼지는 바다 내음은 길고 길었던 울진 구간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도보 여행자들에게 건네는 자연의 마지막 선물과도 같다.

 


울진의 해파랑길 후반부는 이처럼 역사적 유적과 현대적 감성, 그리고 자연의 원시성이 촘촘하게 엮여 있다. 25코스의 망양정이 주는 고전적인 감동에서 시작해, 26코스 은어다리의 세련된 야경을 거쳐, 27코스 용의 꿈길의 고즈넉한 정취에 이르기까지 여행자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특히 죽변항을 중심으로 형성된 풍부한 먹거리 문화는 단순히 걷는 즐거움을 넘어 여행의 질을 한 단계 높여주는 요소다. 곰치국의 시원한 국물 한 모금은 70km에 달하는 울진 구간을 완주한 이들만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훈장이다.

 

오늘부터 시작된 은어다리의 새로운 야간 조명 연출과 죽변 해안의 연장 운영은 울진 해파랑길을 여름밤의 낭만 가득한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낮에는 푸른 바다와 대나무 숲의 청량함을 즐기고, 밤에는 화려한 불빛이 흐르는 은어다리 위에서 동해의 바람을 맞는 일은 올여름 울진이 제안하는 가장 완벽한 휴가 방식이다. 고포마을의 돌미역 향기를 끝으로 울진 구간을 벗어나는 여행자들의 등 뒤로, 100년 넘은 죽변등대의 불빛이 여전히 묵묵하게 길을 비추고 있다.

 

 

 

국경 넘은 밥도둑, 간장게장의 화려한 진화

식으로 꼽혔던 간장게장은, 최근 K-콘텐츠를 통해 접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반드시 도전해야 할 '미식 버킷리스트'로 급부상했다. 서울 여의도의 한 유명 게장 전문점에는 미국에서 온 MZ세대 여행객들이 방문해 숙성된 암꽃게의 맛에 감탄하며 한국인 못지않은 '먹방'을 선보이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미국인 관광객 제이다와 길리는 글로벌 여행 플랫폼을 통해 만난 한국인 호스트와 함께 3대째 내려오는 전통 게장 맛집을 찾았다. 7일간 저온 숙성한 꽃게와 정갈한 방짜유기에 담긴 상차림은 이들에게 단순한 식사를 넘어 하나의 문화적 충격으로 다가왔다. 처음에는 생소한 생게의 비주얼에 주춤하기도 했으나, 게살을 밥에 비벼 감태에 싸 먹는 한국식 식사법을 배우며 이내 간장게장 특유의 깊은 감칠맛에 매료되었다. 이들은 이번 경험을 한국 여행 중 최고의 모험이자 추억으로 꼽으며 한식의 깊이에 찬사를 보냈다.간장게장의 열풍은 이웃 나라 일본에서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도쿄의 세련된 미식 거리인 가쿠라자카에는 서해안 꽃게를 직접 공수해 게장을 담그는 전문점 '쿠다라'가 등장해 현지 미식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지 포브스에 기고하는 일본의 유명 미식 전문 기자 미야코 씨는 이곳에서 게장을 맛본 뒤 연신 "오이시(맛있다)"를 외치며 감탄했다. 특히 게딱지에 밥을 비벼 먹는 방식은 일본인들이 중시하는 '우마미(감칠맛)'의 정수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으며 현지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일본 현지의 간장게장은 한국의 전통 공정에 일본의 정교한 장류 기술이 더해져 한층 진화한 모습을 보인다. 현지 식당에서는 한국에는 없는 밀로 만든 백간장 등 게장과 어울리는 최적의 장류를 과학적으로 선별해 사용한다. 여기에 서해 변산반도에서 항공편으로 신속하게 공수한 최상급 꽃게와 일본의 명품 쌀인 고시히카리로 지은 밥이 조화를 이루며 "한국보다 더 맛있다"는 극찬을 끌어내기도 한다. 이는 한국의 식재료와 일본의 미식 인프라가 만나 새로운 미식 경험을 창조한 사례로 주목받는다.맛의 핵심인 꽃게의 선도 관리 또한 글로벌 수준으로 격상되었다. 변산반도의 젊은 선장이 조업한 꽃게를 선상에서 즉시 급랭 처리해 조직감을 보존하고, 이를 신속하게 일본 주방으로 전달하는 물류 시스템이 뒷받침되고 있다. 이러한 철저한 원재료 관리는 비린내에 민감한 외국인들의 거부감을 없애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다. 전통적인 손맛에 현대적인 위생 관리와 물류 혁신이 더해지면서 간장게장은 이제 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고품격 요리로 거듭나고 있다.간장게장의 세계화는 단순히 음식 한 가지가 알려지는 것을 넘어, 한국의 발효 문화와 식사 예절이 전파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놋그릇에 담긴 정성과 게장을 매개로 낯선 이들이 친구가 되는 과정은 한식이 가진 소통의 힘을 증명한다. 바다를 건너 일본의 미식가들을 울리고 서구의 젊은 세대에게 즐거움을 주는 간장게장은, 이제 한국인만의 소울푸드를 넘어 전 세계인이 공유하는 '글로벌 밥도둑'으로서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