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가을바람은 반갑지만, 특정 이들에게는 콧물과 재채기를 동반하는 불청객, 알레르기 비염의 계절이 다시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이다. 봄철 못지않게 아침저녁으로 큰 일교차와 건조한 바람이 콧속 점막을 예민하게 만들고, 돼지풀, 쑥, 환삼덩굴 등 가을철 잡초류 꽃가루가 급증하면서 증상을 악화시키는 이른바 '삼중 자극'의 계절이기 때문이다.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지난해 자료에 따르면,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진료받은 환자 수는 총 740만2871명에 달하며, 이 중 9월부터 11월까지 가을철에 진료받은 환자가 362만9740명으로 전체의 약 49.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을이 알레르기 비염 환자들에게 얼마나 힘든 계절인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수치이다.

 

알레르기 비염은 특정 흡입성 알레르겐에 노출될 때 면역 반응으로 인해 나타나는 질환이다. 국내에서 흔한 원인으로는 집먼지진드기, 반려동물의 털과 비듬, 곰팡이, 바퀴벌레 등이 있으며, 계절성으로는 봄철 나무 꽃가루와 가을철 잡초류 꽃가루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건조하고 바람이 강한 가을 날씨는 대기 중 꽃가루 농도를 높여 증상을 쉽게 악화시킨다. 또한, 반려동물의 털, 비듬, 타액, 배설물 입자 등도 공기 중을 떠다니다 비강으로 유입되어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알레르기 비염의 전형적인 4대 증상은 코막힘, 연이은 재채기, 맑은 콧물, 그리고 코 가려움증이다. 이 외에도 눈 가려움과 충혈 같은 결막 증상, 두통, 후각 저하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감기와 달리 발열은 드문 편이며, 알레르겐 노출이 계속되면 증상이 수주 이상 길어질 수 있어 감염성 비염과의 정확한 구분이 필요하다. 증상이 반복되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길어질 경우에는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하여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치료는 증상과 원인에 따라 회피요법, 약물요법, 면역요법, 수술요법을 단계적으로 적용한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알레르겐 노출을 가능한 한 줄이는 회피요법이다. 가을철에는 고농도 꽃가루 예보 시 외출을 자제하고, 외출 시에는 마스크를 착용하며, 귀가 후에는 손발을 씻고 옷을 갈아입는 것이 좋다. 실내에서는 공기청정기를 사용하고, 환기는 꽃가루 농도가 낮은 시간대를 이용하며, 창문을 닫아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집먼지진드기 알레르기가 있다면 침구류를 자주 세탁하고 건조하며, 반려동물 알레르기가 있다면 접촉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약물요법으로는 항히스타민제, 스테로이드 비강 스프레이, 혈관수축제 등이 사용될 수 있으며, 증상의 경중에 따라 적절히 처방된다. 서민영 고려대 안산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교수는 “가을은 큰 일교차와 건조한 바람, 잡초류 꽃가루가 겹치는 ‘삼중 자극’의 계절”이라며, “비염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난 환자는 증상이 발생하기 전 미리 병원에 방문해 비염 조절을 위한 약물을 처방받아 필요시 단계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이어 “고농도 꽃가루 예보 시에는 외출이나 환기 시간을 조정하는 등 선제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만성적이고 심한 경우에는 알레르기 면역요법을 고려할 수 있으며, 코 구조적인 문제로 인한 코막힘이 심할 경우 수술적 치료도 시행될 수 있다. 가을철 알레르기 비염은 단순히 불편함을 넘어 수면 장애, 학습 및 업무 능력 저하 등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의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적극적으로 관리하여 건강하고 쾌적한 가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