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건강

작년보다 50% 폭증…'겨울철 장염 폭탄' 로타·노로바이러스가 온다

 찬 바람과 함께 어김없이 찾아오는 겨울철 불청객, 장관감염증이 본격적인 유행의 서막을 열었다. 병원성 세균에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통해 전파되어 설사와 복통, 구토를 유발하는 로타바이러스와 노로바이러스 환자가 최근 눈에 띄게 급증하며 보건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질병관리청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45주차(11월 2일~8일)에 보고된 A형 로타바이러스 환자는 총 54명으로, 불과 2주 전인 43주차(24명)에 비해 두 배 이상 폭증했으며, 지난해 같은 기간(34명)과 비교해서도 58.8%나 증가한 수치다. 겨울철 장염의 또 다른 주범인 노로바이러스 역시 직전 주보다는 소폭 감소했으나 69명의 환자가 발생하며 작년 동기(45명) 대비 53.3% 높은 발생률을 기록해, 본격적인 겨울철을 앞두고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영유아에게 치명적인 로타바이러스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주로 생후 6개월에서 2세 사이의 아이들에게서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이 바이러스는 감염자의 분변에 오염된 손이나 변기, 문손잡이 등을 통해 사람 간에 직접적으로 전파되는 특성을 가진다. 바이러스 입자 100개 미만의 극소량으로도 감염을 일으킬 만큼 전파력이 막강해 어린이집, 병원, 산후조리원 등 집단생활 시설에서 한번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기 쉽다. 감염될 경우 24시간에서 72시간의 잠복기를 거친 뒤 고열과 구토, 극심한 물설사 증상이 4일에서 6일간 지속된다. 대부분 자연적으로 회복되지만, 어린아이의 경우 심각한 탈수로 인해 드물게는 생명을 잃을 수도 있어 각별한 관리가 요구된다.

 


노로바이러스 역시 영하 20도의 혹한에서도 생존할 만큼 생명력이 강해 겨울철에 더욱 위력을 떨친다. 12시간에서 48시간의 비교적 짧은 잠복기 후에 구토, 설사, 복통, 오한, 발열 등의 증상이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건강한 성인은 대부분 별다른 후유증 없이 회복되지만, 면역력이 저하된 환자나 고령자의 경우 증상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거나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안심할 수 없다. 두 바이러스 모두 낮은 온도에서도 생존력이 강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 겨울철 실내 활동이 늘어나는 시기에 전파 위험이 극대화되므로 개인위생에 대한 경각심을 최고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이처럼 강력한 전염성을 가진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결국 철저한 개인위생 관리다. 현재 로타바이러스와 노로바이러스 모두 감염을 치료할 수 있는 항바이러스제가 없기 때문에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흐르는 물에 비누를 사용하여 30초 이상 꼼꼼하게 손을 씻는 것이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방어 수단이며, 음식물은 반드시 충분히 익혀서 섭취하고 물은 끓여 마시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만약 가정 내에 환자가 발생했다면, 환자가 사용한 공간과 물품은 철저한 소독을 통해 바이러스가 다른 가족에게 퍼져나가는 2차 감염의 고리를 끊어내는 것이 급선무다.

 

'맥도날드 저격'하며 태어난 그 운동, 미국 한복판에서 화려하게 부활하다

임의 중심에 미국 캘리포니아의 주도, 새크라멘토가 떠오르고 있다. ‘성스러운 강’이라는 이름의 이 도시는 ‘팜 투 포크(Farm-to-Fork, 농장에서 식탁까지)’라는 슬로건을 도시의 정체성으로 내걸었다. 1986년 이탈리아에서 맥도날드에 대항하며 시작된 슬로푸드 운동의 정신을 미국 서부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구현해낸 것이다. 그 결과는 놀라워서, 슬로푸드 운동의 상징과도 같은 ‘테라 마드레(어머니의 땅)’ 축제가 사상 처음으로 이탈리아 밖인 바로 이곳 새크라멘토에서 열리는 영광으로 이어졌다. 이는 새크라멘토가 단순한 미식 도시를 넘어, 패스트푸드로 상징되는 현대 문명에 맞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세계적인 구심점이 되었음을 증명하는 사건이다.새크라멘토가 이처럼 ‘미국의 팜 투 포크 수도’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천혜의 자연환경이 있다. 역설적이게도 1852년의 대홍수가 시에라산맥의 비옥한 퇴적물을 센트럴밸리 전역으로 실어 날랐고, 새크라멘토강과 아메리카강이 만나는 풍부한 수량, 강렬한 햇살과 서늘한 저녁 기후가 더해져 농사를 위한 최적의 땅이 만들어졌다. 그 결과 도시 반경 100km 안에서 거의 모든 식자재를 자급자족할 수 있는 ‘요리사의 천국’이 탄생했다. 전 세계 아몬드 생산량의 90% 이상, 세계 3대 자포니카 쌀 생산지, 미국 최대 캐비어 양식장이 이곳에 있으며, 토마토, 올리브, 와인 등도 지역을 대표하는 특산물이다. 파머스마켓에 들어서는 순간, 숯불 위에서 구워지는 패티와 갓 구운 빵, 신선한 농작물이 뒤섞여 뿜어내는 풍요로운 향기는 이 도시가 가진 땅의 힘을 오감으로 느끼게 한다.이처럼 거대한 농지가 세계적인 미식 도시로 탈바꿈한 데에는 몇몇 선구자들의 ‘가벼운 우연’과 ‘열정적인 모험’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1970년대, 이민 2세대 농부였던 레이 융이 우연히 얻은 둥근 토마토 씨앗을 심었다가 밭 전체를 뒤덮자, 처리를 위해 현지 레스토랑에 직접 공급하기 시작한 것이 ‘팜(농장)’에서 ‘포크(식탁)’로 이어지는 직거래 문화의 시초가 되었다. 여기에 ‘요리계의 인디애나 존스’로 불린 식료품점 아들 대릴 코르티가 가세했다. 그는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누비며 당시 미국에는 생소했던 파르메산 치즈, 트러플, 발사믹 식초 등을 들여와 새크라멘토의 식탁을 풍요롭게 만들었다. 이들의 노력이 씨앗이 되어 2012년, 케빈 존슨 전 시장은 새크라멘토를 ‘미국 팜 투 포크 운동의 수도’로 공식 선언하기에 이르렀다.새크라멘토의 철학은 결국 ‘시간의 회복’으로 귀결된다. 세계적인 셰프 엘리자베스 포크너는 테라 마드레 행사에서 “내게 가장 무서운 존재는 패스트푸드”라며, 아이들의 ‘인앤아웃 햄버거’ 타령에 씁쓸해했다. 그녀에게 패스트푸드와의 싸움은 곧 자신의 요리를 지속하게 하는 동력이다. 포크너는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현지 농부와 어부를 직접 만나 제철 식재료를 확인하는 것을 요리의 첫걸음으로 삼는다. 이는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기술을 넘어, 생산자와의 관계를 맺고 자연의 리듬을 존중하는 슬로푸드의 핵심 가치와 맞닿아 있다. 멕시코계, 아프가니스탄계 이민자들이 기른 작물이 스페인 음식에 매료된 요리사의 손에서 파에야로 재탄생하는 새크라멘토의 식탁은, 결국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촘촘히 엮여 만들어내는 ‘인간적인 시간’ 그 자체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