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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 높다면 '이 주스' 주목…체중 상관없이 혈압 낮추는 유전자 'ON'

 매일 마시는 오렌지주스 한 잔이 사람의 체중에 따라 몸속에서 전혀 다른 유전적 반응을 일으킨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똑같은 주스를 섭취하더라도 과체중인 사람의 몸에서는 지방 대사와 관련된 유전자가, 정상 체중인 사람에게서는 염증 반응을 조절하는 유전자가 선택적으로 활성화되는 등 개인의 신체 조건에 따라 그 효과가 판이하게 나타난 것이다. 브라질 상파울루대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공동 연구팀이 발표한 이번 연구는, 음식이 단순히 영양소를 공급하는 것을 넘어 우리 몸의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스위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증명하며 개인 맞춤형 영양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건강한 성인 20명을 대상으로 60일간 매일 오렌지주스 두 컵을 마시게 한 뒤, 혈액 속 면역세포의 유전자 활성 패턴 변화를 추적했다. 그 결과, 오렌지주스는 단백질 생성을 조절하는 1,700개 이상의 유전자 활동에 변화를 일으켰다. 연구진이 참가자들을 체중별로 나누어 분석하자 놀라운 차이점이 드러났다. 과체중 그룹에서는 지방세포의 생성 및 분해와 관련된 유전자들이 집중적으로 활성화되었는데, 특히 GSK3B와 GRK6 같은 유전자는 이 그룹에서만 뚜렷한 활동 변화를 보였다. 이는 오렌지주스가 과체중인 사람들의 몸에서는 지방 대사 시스템에 집중적으로 작용하여 비만 관련 유전자와 백색 지방세포 생성 유전자의 활동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기능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정상 체중 그룹에서는 전혀 다른 유전자들이 반응했다. 이들에게서는 체내 염증 반응과 관련된 유전자들, 특히 인터루킨 계열의 신호전달 물질과 연결된 유전자들에서 주요 변화가 관찰되었다. STAT3, MAPK1, BCL2 등의 유전자가 영향을 받았으며, 오렌지주스는 체내 주요 염증 조절자로 알려진 NF-κB의 활동을 억제함으로써 전반적인 염증 경로를 진정시키는 효과를 나타냈다. 물론 두 그룹 모두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긍정적 변화도 있었다. 약 950개의 유전자는 체중과 관계없이 동일하게 변화했으며, 특히 혈압 조절과 관련된 유전자들이 영향을 받았다. 혈압 상승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SGK1 유전자의 활동이 두 그룹 모두에서 감소한 것은 오렌지주스의 보편적인 건강 효과를 시사하는 부분이다.

 

연구팀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러한 유전자 변화를 일으키는 핵심 성분과 그 작동 원리를 규명했다. 오렌지주스에 풍부한 '플라바논'이라는 화합물이 체내에서 작은 분자로 분해된 뒤,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스위치 단백질'에 직접 결합한다는 사실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확인한 것이다. 이 작은 분해 산물들이 NF-κB나 PPAR-α와 같은 조절 단백질에 결합함으로써, 소량의 성분만으로도 마치 도미노처럼 수많은 유전자에 동시다발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원리다. 이번 연구는 오렌지주스가 단순히 개별 유전자를 넘어 전체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내며, 식품이 인체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대한 이해를 한 단계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받는다.

 

영하 추위에도 200미터 줄 선다…지금 경주에 대체 무슨 일이?

이 있다. 당초 지난 12월 14일까지 예정되었던 전시는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내년 2월 22일까지 연장 운영에 들어갔을 정도다. APEC 행사가 끝난 지 한 달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주말 오전 박물관 앞은 영하의 추위 속에서도 200미터가 넘는 긴 대기 줄로 장사진을 이룬다. 온라인 예약분이 일찌감치 마감된 탓에 현장 티켓을 구하려는 이들이다. 아이의 손을 잡고 온 가족 단위 관람객부터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은 어묵 국물로 몸을 녹이며 몇 시간의 기다림도 마다하지 않는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다.이번 전시가 이토록 뜨거운 관심을 받는 이유는 신라 금관이 세상에 처음 알려진 지 104년 만에, 현존하는 6점의 금관 전체가 사상 최초로 한자리에 모였기 때문이다. 교동금관부터 서봉총, 금관총, 금령총, 황남대총, 천마총 금관까지, 각기 다른 사연을 품은 여섯 개의 금관이 한 공간에서 황금빛 향연을 펼친다. 전시장 내부는 오직 금관의 찬란한 빛만이 돋보이도록 온통 검은색으로 꾸며졌으며, 관람객들은 약 1500년 전 신라 마립간의 절대적인 권력과 위엄, 그리고 당대 최고의 예술성을 눈앞에서 마주하며 감탄을 금치 못한다. 특히 각 금관의 사슴뿔 장식, 나뭇가지 모양 세움 장식, 곱은옥과 수많은 달개 장식 등을 확대해 비교 관찰할 수 있는 비디오 자료는, 장인의 혼이 담긴 수작업의 위대함을 생생하게 느끼게 하며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금관전의 폭발적인 인기는 국립경주박물관 전체에 대한 재발견으로 이어지고 있다. 몇 시간씩 남는 대기 시간 동안 관람객들은 자연스럽게 신라역사관과 미술관 등 상설 전시관으로 발길을 옮기며 박물관 구석구석을 탐방한다. 특히 '신라(新羅)'라는 국호가 '덕업을 날로 새롭게 하여 사방을 아우른다(德業日新 網羅四方)'는 뜻에서 유래했다는 설명은 찬란했던 고대 국가의 정체성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투박하지만 실용적인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선사시대 토기부터, 넉넉한 미소로 '신라의 미소'라 불리는 얼굴 무늬 수막새, 정교한 갑옷 문양이 감탄을 자아내는 기마인물형토기까지, 오래된 것들이 품은 가치와 아름다움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또한 최근 한미, 한중 정상회담이 열렸던 장소가 일반에 공개되면서, 역사적인 공간에서 기념사진을 남기려는 이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금관전에서 시작된 열기는 박물관 담장을 넘어 경주 시내 전역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관람객들은 첨성대와 깊은 갈색으로 물든 계림 숲길을 거닐고, 반월성 해자를 따라 고즈넉한 풍경을 즐기며 신라의 정취에 흠뻑 빠져든다. 나아가 한국화의 거장 박대성 화백의 작품이 기증되어 건립된 '솔거미술관' 역시 필수 코스로 떠올랐다. 미술관 통창이 그대로 액자가 되어 바깥의 연못과 자연 경관을 한 폭의 그림처럼 담아내는 포토존은 SNS에서 이미 명소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APEC 행사를 계기로 촉발된 경주에 대한 관심은, 수도권 등 원거리 방문객들을 끌어들이고 세대를 불문하고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를 자랑스러워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며 도시 전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