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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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식중독 주의보 발령, 두부·고기 보관 비상

 식품 포장에 적힌 날짜만 확인하고 안심하는 습관이 여름철 건강을 위협하는 독이 될 수 있다. 유통기한이나 소비기한은 적절한 보관 환경이 유지되었을 때를 전제로 한 수치일 뿐, 실제 신선도는 개봉 여부나 보관 온도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습도가 높고 기온이 치솟는 7월에는 식중독균의 증식 속도가 평소보다 몇 배나 빨라진다. 냉장고에 넣어두었더라도 문을 자주 여닫거나 조리 과정에서 교차 오염이 발생하면 식재료는 표시된 기한보다 훨씬 빨리 부패하기 시작한다. 냄새나 겉모습에 뚜렷한 변화가 없더라도 병원성 세균은 이미 증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수분이 많고 단백질이 풍부한 두부는 여름철 가장 주의해야 할 식재료 중 하나다. 포장을 뜯는 순간 공기 중의 미생물과 접촉하며 변질이 시작되므로, 남은 두부는 반드시 깨끗한 물에 담가 밀폐 용기에 보관하고 물을 매일 갈아줘야 한다. 표면이 미끈거리거나 물이 뿌옇게 변했다면 이미 상했다는 신호다. "끓이면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찌개에 넣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이미 생성된 독소는 가열해도 사라지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콩나물이나 숙주 같은 나물류 역시 수분이 많아 봉지째 두면 금방 쉰내가 나므로, 구입 즉시 조리하거나 물기를 제거해 냉장 보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다진 고기는 일반 육류보다 공기와 닿는 면적이 넓어 부패 속도가 압도적으로 빠르다. 손질 과정에서 오염될 확률도 높으므로 구입 후 즉시 사용할 양만 남기고 1회분씩 소분해 냉동하는 것이 안전하다. 조리 시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겉면만 익히는 것이 아니라 속까지 열이 충분히 전달되도록 75도 이상의 온도에서 1분 이상 가열해야 한다. 특히 고기 안쪽의 붉은 기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충분히 익히는 습관이 식중독 예방의 핵심이다. 고기를 만진 뒤에는 반드시 손을 씻어 다른 식재료로 균이 옮겨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

 

생선과 어패류는 장보기의 마지막 단계에 담아야 하는 품목이다. 마트에서 집까지 이동하는 시간 동안의 온도 상승이 신선도에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보냉백을 활용해 저온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좋으며, 생선에서 톡 쏘는 암모니아 냄새가 나거나 살이 흐물거린다면 미련 없이 버려야 한다. 조개류는 껍데기가 깨진 것을 골라내고, 가열 후에도 입을 벌리지 않는 것은 섭취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나 노약자는 여름철만큼은 어패류를 날것으로 먹기보다 85도 이상에서 충분히 익혀 먹는 것이 권장된다.

 


달걀은 껍데기가 멀쩡해 보여도 취급 과정에서 식중독의 원인이 되곤 한다. 달걀 겉면에 묻은 살모넬라균이 조리하는 사람의 손이나 도구를 통해 다른 음식으로 옮겨가는 교차 오염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날달걀을 깬 뒤에는 반드시 세정제로 손을 씻고, 달걀물이 닿았던 그릇이나 젓가락도 즉시 세척해야 한다. 또한 삶은 달걀이나 지단이 들어간 김밥 등 달걀 요리는 상온에서 급격히 변질되므로 조리 후 즉시 섭취하거나 철저히 냉장 보관해야 한다.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기보다 조리 후 경과 시간을 엄격하게 따지는 태도가 필요하다.

 

결국 여름철 식탁 안전은 표시된 날짜가 아니라 소비자의 꼼꼼한 관리 습관에 달려 있다. 장보기 순서부터 조리 도구의 위생, 그리고 남은 음식을 보관하는 방식까지 모든 과정이 식중독 예방과 직결된다. 단순히 유통기한이 남았다고 해서 맹신하기보다, 식재료의 촉감과 냄새를 수시로 확인하고 의심스러운 경우에는 과감히 폐기하는 결단력이 필요하다. 고온다습한 날씨가 이어지는 당분간은 '충분한 가열'과 '즉시 소비'라는 기본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만이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일곱 왕자 성불한 칠불사, 영지의 전설

막을 알리는 상징물이다. 약 500년의 수령을 자랑하는 이 거목은 최치원이 꽂은 지팡이에서 싹이 돋았다는 신비로운 전설을 품고 있다. 마을을 넉넉히 감싸 안은 웅장한 가지는 천년 전 선비가 꿈꿨던 이상향의 입구를 지키는 파수꾼처럼 당당하게 서서 방문객들을 맞이한다.계곡의 물길을 따라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면 물살이 빚어낸 기암괴석 사이에 '세이암'이 모습을 드러낸다. 최치원이 속세의 번잡한 소리에 오염된 귀를 씻어냈다는 이곳은, 지금도 맑은 물줄기가 끊임없이 흐르며 세속의 때를 벗겨내려는 이들에게 무언의 가르침을 전한다. 수정처럼 투명한 대성계곡의 수면 위로 비치는 숲의 그림자는 최치원이 지향했던 무욕의 삶이 어떤 풍경이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자연과 역사가 교차하는 이 공간은 단순한 유적지를 넘어 성찰의 장소로 기능한다.발걸음을 옮겨 도착한 칠불사는 화려한 단청보다 깊은 적막이 먼저 다가오는 수행도량이다. 가야 김수로왕의 일곱 왕자가 성불했다는 설화에서 유래한 이 절은 지리산 반야봉 아래 고즈넉이 자리 잡고 있다. 어머니 허황옥 왕비가 아들들을 그리워하며 만들었다는 연못 '영지'에는 성불한 왕자들의 모습이 비쳤다는 애틋한 이야기가 흐른다. 전설은 세월을 견디며 이끼 낀 석축과 고요한 경내 곳곳에 스며들어 천년고찰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완성한다.칠불사의 명성은 독특한 온돌 구조를 지닌 '아자방'에서 정점을 찍는다. 한 번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 온기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이 선방은 한국 불교 수행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산이다. 조선 후기의 다성 초의선사 역시 이곳에 머물며 참선과 차를 하나로 보는 '선다일여'의 정신을 다듬었다. 아자방의 온기는 단순히 육신의 추위를 녹이는 것을 넘어, 혹독한 정진을 이어갔던 수행자들의 뜨거운 구도열을 오늘날의 우리에게 전해주는 매개체가 된다.경내를 천천히 거니는 스님들의 포행은 칠불사의 적막을 더욱 깊고 경건하게 만든다. 참선 후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이 느린 발걸음은 숲을 스치는 바람 소리, 계곡물 소리와 어우러져 하나의 수행 예술을 연출한다. 인위적인 장식 없이 자연의 순리대로 배치된 전각들은 지리산의 사계절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방문객들은 말없이 이어지는 스님들의 행선(行禪)을 지켜보며 도심에서 잊고 지냈던 내면의 고요를 비로소 마주하게 된다.대성계곡의 맑은 물줄기에서 시작해 칠불사의 아자방으로 이어지는 이 길은 단순한 탐방로가 아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명상의 통로다. 최치원이 귀를 씻었던 물소리는 여전히 계곡을 울리고, 일곱 왕자가 깨달음을 얻었던 고요는 칠불사 경내에 가득하다. 역사와 전설, 그리고 수행의 향기가 한데 어우러진 지리산의 이 길은 바쁜 현대인들에게 잠시 멈춰 서서 삶의 근원적인 가치를 되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